세컨드 브레인 채팅방에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노트법에 대해 얘기 나누세요 |
노트앱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에 세컨드 브레인, 개인 지식 관리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제텔카스텐, 네트워크 노트앱 등의 새로운 용어를 한번쯤 접해 보았을 것이다.
과연 이것들은 무엇인가?
세컨드 브레인이란?
개인적으로는 세컨드 브레인이 다른 유사 용어들 전체를 대표 할 수 있는 용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걸 먼저 정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외부의 정보를 선별한 뒤 소화하여 내 지식으로 만들고, 이런 지식을 잘 정리하며 쌓아가고, 쌓은 지식 간의 연결을 찾아서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이 전체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한 여러 도구의 조합 체계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 (소화)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니까 외부의 정보를 선별적으로 소화해서 내 지식으로 만들고,
- (정리) 내 기억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런 지식 중에 중요한 것은 노트하여 정리해 두며,
- (연결) 이전에 해 놓았던 노트간의 연결 고리를 찾는 작업을 틈틈이 해서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잘 하기 위해서 프로세스도 만들고, 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데 여러 가지 도구도 쓰고 해서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리)를 하는데 사용하는 앱들이 롬리서치, 옵시디언 등의 네트워크 노트앱들이다. 이때 (정리) 부분 혹은 (소화)-(정리)-(연결) 전체를 가리켜 개인 지식 관리 (PKM,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텔카스텐은 (연결) 부분을 잘 하기 위한 별도의 메모 방법이다.
왜 이런 개념이 생겼는지, 일부 사람들이 왜 열광 하는지 제대로 알려면, 먼저 인류가 쏟아내고 있는 지식의 양부터 살펴봐야 한다.
1900년대에는 인류의 지식이 2배가 되는데 100년이 걸렸으나, 현재는 약 1년이면 지식의 양이 2배가 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고,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사이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지식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간에 비례해서 증가하던 지식의 양이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이점을 통과한 것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아버지 세대에서는 한 번 배운 기술로 평생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첨단 산업에 가까운 직무에 있으신 분이라면 얼마나 배울 것이 쏟아져 나오는지 쉽게 공감하실 것이다.
즉, 쏟아지는 정보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생산성의 차이는 어마 어마해 질 것이다.
이게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가려내고 내것으로 잘 소화하고, 그걸 연결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나만의 전체 프로세스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개인의 생산성을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컨드 브레인: 소화 → 정리 → 연결
세컨드 브레인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크게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 정보의 소화, (2) 지식의 정리, (3) 지식의 연결이다.
(1) 정보의 소화
정보의 소화는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으니까 이걸 어떻게 선별적으로 잘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소비하는 정보를 가려 내는 것은 마치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몸에 좋은 것을 가려 먹는 것과 비슷하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별도의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지식의 정리
지식의 정리는 정보를 소화하여 나의 지식으로 만들고 나서 내 기억에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기록을 남겨두고 기록에 체계를 잡아 둬서 나중에 다시 써먹게 정리해 두는 것이다.
정리하는 것 자체 또한 우리가 명확하게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글로 쓰기 전에는 내 생각이 정리된 것이 아니다. 이걸 쓰고 정리해서 쌓아가는 과정을 하는 것 만으로도 내가 지금 해야 할 일과 미뤄야할 일, 하루를 보내고 나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3) 지식의 연결
지식의 연결은 우리가 서로 연관 없어 보이던 두 개념이 생각하지 못했던 맥락 아래에서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결국 내가 써 둔 노트를 주기적으로 다시 보면서 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들과 어떻게 연결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자연스레 결과가 나온다.
연결하는 것을 수행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더 적게 시간을 들이면서도 더 많은 결과를 얻는 방법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남들의 주목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주제를 찾을 수도 있다. 주변 사람을 놀래키는 새로운 관점을 더 많이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각 단계의 예시
개념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니 예시를 살펴 보자.
(1) 정보의 소화 – 티아고 포르테 강의
현재의 정보 소화 방법
우리가 쓰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흥미가 가서 가입한 뉴스레터,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하는 정보 중에서 무의식 중에 더 땡기는 것을 소화한다. 중요해 보이는 것을 카톡 나에게 보내기, 갤럭시 노트/애플 메모앱 등에 남겨다 놓고 나중에 생각이 나면 읽기도 하지만 잘 읽어지진 않는다. 잘 안 읽어지기 때문에 브라우저 탭에 글, 영상 등 소화해야 할 콘텐츠를 수십개를 띄워 두기도 한다.
티아고의 세컨드 브레인 방법
티아고 포르테 (Tiago Forte)는 세컨드 브레인 만들기 (Building A Second Brain) 강의에서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서 인박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티아고는 우리 관심을 끌어 가려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견할 때 이걸 그냥 소비하지 말고, 인박스(티아고의 경우는 인스타페이퍼 Instapaper 앱)에 일단 모아두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하나씩 꺼내서 읽어 보는데, 이걸 정말 읽어야 하는지 여러번 고민을 하라고 한다. 정보를 소화하는 것에도 식단(Diet)를 하라고 한다.
(2) 지식의 정리 – 네트워크 노트앱들
현재의 지식 정리 방법
우리들 대부분은 정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따로 관리하기 보다 그냥 머릿속에 넣어 둔다.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에버노트, 구글 문서, 워드 문서 등에 지식의 일부를 정리해 둔다. 하지만, 다양한 체계를 적용하여 내용을 정리해 두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앱들은 종이로 노트할 때의 UX를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노트앱을 사용한 방법
롬리서치, 옵시디언과 같은 앱들은 자신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존 앱들이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정리 방법을 제공한다. 백링크 기능, 쉽게 만들 수 있는 위키링크, 줄 단위로 태그, 링크를 걸어 두고, 내가 원하는 태그 혹은 링크가 있는 노트 부분 부분을 모아서 보는 기능 등이다. 노트지만 마치 엑셀 시트에 데이터를 입력해 두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내가 얻은 정보와 지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둘 수 있다.
롬리서치와 유사한 오픈 소스 로그시크 (LogSeq), 네트워크 노트앱과 화이트보드 기능이 결합되어 시각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헵타베이스 (Heptabase), 킨들과 인스타페이퍼 등에서 하이라이트한 내용을 모두 모아서 자동 정리해 주는 리드와이즈 (Readwise), 참고 문헌의 레퍼런스 관리를 위한 조테로(Zotero) 등이 또 있다.
롬리서치와 옵시디언의 차이점은 이 블로그 글에서 확인 가능하다
(3) 지식의 연결 – 제텔카스텐
현재의 지식 연결 방법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상담을 하는 것,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 혹은 기획 회의가 우리가 가장 쉽게 지식을 연결하려고 시도하는 방법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글감을 살펴보고 글을 써 내려갈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이런 연결의 과정이다. 샤워를 하다가 무의식 중에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내 머릿속의 두 아이디어가 새로운 맥락 아래서 결합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이러한 지식을 연결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다.
니클라스 루만의 제텔카스텐
루만 교수의 제텔카스텐은 간단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우리가 지식을 정리할 때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을 일깨워준다. 끊임 없이 반복해서 정리된 지식 노트들을 살펴보면서 내 머릿속에 현재 있는 지식들과 새로운 연결 고리를 찾게 된다. 그런 의도적인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제텔카스텐 메모법이다. 이로 말마임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지식을 연결하는 방법은 범죄 수사처럼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것, 제임스 알투처(James Altucher)의 아이디어 머신 방법, 닉 마일로(Nick Milo)의 MoC (Map of Contents) 작성 방법, 앤디 마추샥(Andy Matuschak)의 에버그린 노트 (Evergreen Note) 방법 등이 있다.
세컨드 브레인은 쉽지 않다
소화 → 정리 → 연결의 예시들을 보면서 느꼈겠지만 … 안타깝게도 현재는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하는 것, 실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다양한 방법을 배워서 내 것을 찾아야 하며,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툴의 사용법도 배워야 하며, 의지를 가지고 계속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컨드 브레인 분야는 글로벌하게도 이제 막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분야라서 자료도 많지 않고 있는 자료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에는 세컨드 브레인 전체를 구축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1) 정리를 정말 좋아하거나, 정리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있는, 그리고 (2) 이런 작업을 꾸준히 시간을 내어 수행할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자신이 이런 사람이 아니라면, 모든 단계를 구축하기 보다 자신에게 가장 효용이 큰 일부분을 찾아서 그 부분만 구축하고 실행하는 것이 현재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세컨드 브레인 채팅방에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노트법에 대해 얘기 나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