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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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리서치 vs. 옵시디안 – 내가 옵시디안으로 다시 이사간 이유

새로운 종류의 노트앱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의 인재상을 보여주는 노트앱 3.0). 이런 노트앱들은 노트를 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정보와 지식을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노트 하는 것을 넘어서 내 생각을 잘 저장해 두어서 다음에 또 써먹고, 그 와중에 나의 생각도 더 발전시켜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이런 새로운 노트 방법을 노트워크 노트법, 이런 노트법을 도와주는 노트앱을 네트워크 노트앱이라 부른다.

롬리서치 vs. 옵시디안

대표적인 노트앱은 롬리서치 (Roam Research)와 옵시디안 (Obsidian)이 있다.

두 노트앱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각각의 노트앱을 6개월 이상 써 보면서 느낀 두 노트앱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다.

세컨드 브레인 채팅방 (암호 roam)에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노트법에 대해 얘기 나누세요

1. 가격

롬리서치는 연간 구독을 해도 한 달에 $13.75 달러로 상당히 비싼 노트앱이다. 학교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원인 경우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옵시디안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고, iCloud나 Dropbox를 쓰지 않고 디바이스 간의 동기화를 하려면 유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노트한 것을 웹에 퍼블리싱하고 호스팅 해 주는 유료 서비스도 선택적으로 구매 가능하다. 국내 사용자 수도 옵시디안이 대략 4-5배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무료가 큰 역할을 했다 (2022 노트앱 사용 행태 설문 조사 결과).

노트를 열 때 걸리는 시간 – 출처: Alexanda Rink 뉴스레터

2. 속도

롬리서치는 웹앱이다. 브라우저에서 처음 접속하면 로딩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나의 M1 맥북 프로를 가지고 실험했을 때 7.8초가 걸렸다. 한번 로딩 되고 나면 이후는 보통의 웹앱처럼 빠르게 동작한다. 하지만 노트 하나에 백링크가 많아지면 롬리서치는 상당히 느려진다.

옵시디안은 로컬에 파일 형태로 노트를 저장하기 때문에 속도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 있는 앱이 없을 정도로 빠르다.

더 자세한 속도 비교는 TfT Performance: Interim Results 를 참고 하면 된다.

3. 커뮤니티

네트워크 노트법은 아직도 사람들이 많은 실험을 하면서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롬리서치의 경우 레딧에 서브 레딧으로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옵시디안의 경우는 개발사가 운영하는 포럼과 Discord 서버가 있다. 옵시디안 커뮤니티가 훨씬 활성화 되어 있어서 쉽게 질문-응답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노트 사례에 대해서 더 많이 들어 볼 수 있다.

4. 노트 저장하는 곳

앞서 얘기한대로 롬리서치의 경우 클라우드에 노트 내용을 저장하고, 옵시디안은 로컬에 마크다운 파일 형태로 저장한다.

5. 최초 셋업

노트앱은 보통 설치하고 그냥 쓰면 될 정도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노트법의 특성상 롬리서치와 옵시디안은 사용 방법을 조금 익혀야 한다. 롬리서치는 몇 가지 개념만 알면 쉽게 쓰기 시작할 수 있다 (롬리서치 101 – 유튜브 영상). 옵시디안은 최소한의 코어 기능만 제공되기 때문에 다양한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익혀야 해서 최초 셋업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롬리서치 (상단)과 옵시디안(아래) 의 그래프뷰

6. 그래프 기능

네트워크 노트앱은 노트간의 연결을 하는 것이 중요 기능이다. 이런 노트간의 연결을 볼 수 있는 기능을 두 가지 앱에서 모두 지원한다. 롬리서치는 사실 기능은 있으나 실효성이 전혀 없다. 반면에 옵시디안은 그래프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프가 만들어져온 과정도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고, 지금 보고 있는 노트 중심으로 로컬 그래프도 볼 수 있어서 노트간의 연결을 탐색하는데 유용하다.

7. 백링크

네트워크 노트앱들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은 백링크 기능이다. 백링크란 지금 보는 노트에 링크를 건 다른 노트를 리스트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이때 연결된 맥을 알려 주기 위해서, 링크가 되어 있는 노트의 일부분과 함께 보여 준다. 롬리서치의 백링크는 연결되는 맥락을 충분히 보여주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백링크로 보여지는 연결한 노트의 연결 부분을 바로 노트 편집을 할 수 있다. 옵시디안의 경우는 백링크를 보여줄 때 맥락을 제한적으로 보여주고 바로 편집 또한 할 수가 없다. 옵시디안에서 백링크를 잘 쓰기 위해서는 노트를 링크 걸 때 어떤 맥락인지 따로 같은 줄에 써 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8. 블록 임베딩

네트워크 노트앱은 노트의 재활용을 돕는다. 이를 위해서 롬리서치는 노트의 일부분을 다른 노트에 임베드하고 동적으로 연결되게 할 수 있다. 트랜스클루전(Transclusion)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방법은 한 노트의 일부분이 다른 노트에 들어가 있고, 한쪽에서 수정이 되면 다른 쪽도 수정된 것이 반영되는 것이다.

롬리서치는 이런 임베딩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으며 임베딩을 해도 마치 원래 노트의 일부분인 것처럼 보여서 임베딩을 더 자주 쓰게 되었다. 반면에 옵시디안은 파일/헤딩/문단 단위로 임베딩을 할 수 있으나, 임베딩 되는 것이 위 아래 여백을 동반하기 때문에 원래 노트와 상당한 이질적인 느낌으로 임베딩 된다. 이건 옵시디안에 CSS 파일을 추가해서 해결할 수는 있으나, 여전히 임베딩된 내용을 임베딩 위에서 바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롬리서치에 비해 불편한 편이다.

9. 폴더 구조

롬리서치는 계층 구조가 전혀 없이 노트간에 연결만 가능하고 이 연결을 통해서 다른 노트를 찾아가야 한다. 옵시디안은 노트가 파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폴더가 지원이 된다. 옵시디안 사용자들은 보통 노트의 종류나 목적에 따라 10개 미만의 폴더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 같다. 폴더가 복잡한 계층이 되어 버리면 노트를 한 뒤에 어느 폴더에 넣어 둘 것인가 하는 문제가 또 발생하기 때문에 노션, 콘플루언스 등에서와 같이 다층 구조를 가진 폴더 구조를 쓰지는 않는다.

10. 태그-링크

롬리서치는 태그와 링크가 동일하다. 링크를 태그처럼 쓸 수도 있고, 태그를 링크처럼 쓰기도 한다. 옵시디안은 태그와 링크가 다르다. 태그는 옵시디안 내에서 검색 기능과 그래프뷰 기능에서 노트를 구분하기 위해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옵시디안에서는 노트를 해서 어떤 결과를 얻으려 하는지 그 프로세스 상에서 태그와 링크가 어떻게 쓰일지 따로 고민이 필요하다.

11. 협업 기능

롬리서치는 그래프라는 단위로 노트들을 관리한다. 롬리서치는 이러한 그래프 단위로 다른 사람과 노트를 공유할 수 있다. 이때 노트 개별 단위로 접근 권한을 관리할 수는 없다. 옵시디안은 아직 협업 기능은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다.

12. 검색

우리가 검색 기능이라고 하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 검색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 키워드와 가장 관련있는 순으로 노트들이 리스트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각의 결과 리스트 중 필요한 것을 따로 열어서 살펴보고 닫고 하며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

롬리서치는 이러한 검색 기능이 없다. 노트를 여는 인터페이스가 검색과 유사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검색은 아니다. All Pages 내부에 검색 기능이 있으나 결과가 나오는 것이 관련도가 높은 순서가 아니라서 쓸모가 없다. 반면에 옵시디안은 검색 기능이 정말 훌륭하다. 다양한 옵션을 줄 수 있고, 검색 결과 리스트를 띄워두고 하나씩 노트를 열어서 살펴볼 수도 있다.

13. 편집기 스타일

롬리서치는 Workflowy, Dynalist 등의 노트앱처럼 리스트를 만드는 아웃라이너 편집기를 제공한다. 아웃라이너는 (1) 간결하게 핵심을 정리하고 (2) 리스트를 쉽게 만들 수 있으며 (3) 작성하는 내용의 계층 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옵시디안은 보통의 노트앱과 같은 워드프로세스 인터페이스이다. 편집기의 철학은 다른 두 앱이지만, 롬리서치도 View as a Document 기능을 통해서 일반 워드프로세스와 같은 인터페이스로 글을 쓸 수 있고, 옵시디안도 아웃라이너 플러그인을 사용해서 아웃라이너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점이 있다. 롬리서치는 노트 단위 보다는 블록 단위로 글을 쓰는 것에 적합한 기능들이 제공된다. 블록 임베딩, 레퍼런스, 포커스 모드 등의 기능이 훌륭하다. 옵시디안은 파일 단위로 글을 쓰기에 더 적합하다. 검색과 그래프뷰는 파일 단위로 훌륭한 기능들이 제공 된다.

14. 노트 동시 작업

네트워크 노트앱은 노트간의 연결을 잘 활용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여러 노트를 동시에 작업하는데 있어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여러 소스 코드를 왔다 갔다 하면서 편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과 비슷하다.

롬리서치는 메인뷰가 있고 여기에는 하나의 노트만 불러 올 수 있다. 오른쪽에 사이드 바를 만들어서 참고할 노트를 계속 추가하면, 마치 노트들이 수직으로 연결된 것처럼 스크롤링을 통해서 여러 노트를 훑어보고 바로 수정할 수 있다. 옵시디안은 슬라이딩 페인(Sliding Pane)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현재 노트의 오른쪽에 노트가 추가로 계속 열어 갈 수 있고 좌우 스크롤링을 통해서 원하는 노트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승자는?

옵시디안의 경우는 우리가 기대하는 그럼 검색 기능이 있고 여러 조건을 넣을 수 있도록 잘 구현되어 있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낫다 – 라고 하기 보다 아직까지는 대동소이하다. 내가 구축 하려는 노트 워크플로에 어느 앱이 더 적당 한지를 살펴보고 개인이 선택 해야 할 것 같다.

만일 내 주변의 사람 중에서 추천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혹은 공학 전공자라면 옵시디안을 추천해 주고, 나머지에게는 롬리서치나 롬리서치의 무료 버전인 로그시크 (LogSeq)를 추천할 것 같다. 기본 메모앱이나 노션을 쓰던 분들에겐 그냥 노션의 데이터베이스 기능과 뷰 기능을 잘 사용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를 구축 하라고 할 것 같다.

내가 옵시디안을 선택한 이유

나는 옵시디안이 더 실험적인 기능과 활발한 커뮤니티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시 이사를 왔다

나는 제텔카스텐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래프뷰가 맘에 들어서 노션에서 옵시디안으로 이사가서 영구 노트 (Permanent Note)를 쓰고 쌓아 가는 것을 시작했다. 하지만 옵시디안이 여러 파일을 열고 닫고 할 때가 번거로운 것과 블록 단위의 재활용을 하기가 어려워서 6개월만에 롬리서치로 이사간 뒤 약 1년간 사용했다. 그리고 이번에 옵시디안으로 다시 이사했다. 롬리서치와 옵시디안은 마크다운 포맷을 지원하는 것 같지만 호환되지 않아서 두 번의 이사할 때 마다 노트의 포맷은 엉망이 되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사를 거의 완료 하고는 만족하고 있다.

내가 굳이 롬리서치에서 워크플로를 완성하고 잘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옵시디안으로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네트워크 노트법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옵시디안은 무료이고 개발자 친화적인 기능들 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플러그인으로 추가 개발하는 플러그인 생태계가 잘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롬리서치보다 게시판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고 여기서 어떻게 더 지식 관리를 잘 하고 잘 써먹을 지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일어난다. 더 많은 실험적인 대화가 있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확장 기능이 더 빨리 만들어 진다. 네트워크 노트법에 대해서 심도 있는 이해를 하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노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다면 옵시디안이 더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는 네트워크 노트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이다

제텔카스텐은 실물 노트에 적는 방법이었다.

노트 방법 강의로 가장 유명한 “세컨드 브레인 만들기 (Building A Second Brain, BASB)” 강의는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정보를 어떻게 선택적으로 소화해야 하고 잘 저장해두고 다시 써먹을지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다. Andy Matuschak의 상록 노트 (Evergreen Note) 개념은 제텔카스텐을 디지털로 구현할 때 간격 반복 학습 (Spaced Repetition)을 사용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Nick Milo의 노트 지도(Maps of Content, MOC) 개념은 노트를 쓰고 연결하는 것 이상으로 노트들 뭉치의 구조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제텔카스텐의 넘버링, 즉 노트 시퀀스 (Folgezettel)는 그런 노트 구조를 잡기 전에 단편의 생각 (Line of Thought)를 관리하던 방법인데 아직 우리는 이 방법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예 Scott Scheper와 같은 사람은 루만처럼 실물 슬립 박스를 만들어서 제텔카스텐을 구축하기도 한다 (Scott Scheper의 유튜브 채널).

이처럼 우리는 아직도 우리 생각을 쌓아가고 발전시키는 체계적인 방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떤 툴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 잘 모른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혼돈의 시기를 거쳐서 새로운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생산성은 10배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이 10배 더 나아지는 시대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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