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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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ttelkasten: 하루 노트 6장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

I. 소개

책과 논문을 읽으며 새롭게 배운 것들, 그리고 읽으며 정리된 생각을 30년 이상 노트 해온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하루에 여섯 개 정도의 노트를 해 왔었는데, 이 노트들을 사용해서 70권의 저서, 그리고 400여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미친 업무 효율을 보인 사람은 다름아닌 니클라스 루만 교수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사회학 이론가 중 한명이라고 한다. 그의 저서들은 결코 양에 비례하여 내용이 얕지 않았고 오히려 그 깊이에 있어 심리학, 교육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키피디아: Niklas Luhmann). 하루의 노트 6장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이론들을 계속 발표해 왔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업무 효율이 제자 대학원생들을 통해서 이뤄진 것도 아니었고, 엄청난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몰아 붙여서 만들어 낸 것도 아니었다. 사실 루만 교수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연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책을 쓰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책을 쓰는 속도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속도가 더 빨라서 사후에 그의 드래프트 원고를 기반으로 6권 이상의 책이 더 출판되었다.

루만 교수는 생전에 자신의 그런 생산성이 Zettelkasten (i.e., Slip-box)라고 하는 인덱스 카드를 모음이라고 여러 번에 걸쳐서 설명했다. 그는 Zettelkasten이 자신과 대화하는 연구 동료이자, 자신의 두 번째 뇌라고 말했었다. 그는 원래 사회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었어서 당시 사회학 교수 중 한 사람이 루만을 교수로 임용하려 했을 때는 교수 자격이 되지 않았었다. 루만은 그간 정리해온 Zettelkasten을 사용해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박사 학위를 받는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강의를 들으면서 마무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써 Zettelkasten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엄청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문화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에는 Zettelkasten은 위대한 결과를 내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하지만 다행히 인간의 심리, 학습 방법, 동기, 의지, 창의력에 관한 학계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최근 Zettelkasten 방법론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Zettelkasten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1)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 (2) 그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그러면, Zettelkasten은 문제의 정의를 사전에 하지 않고 문제와 해결책을 동시에 디벨롭해 나가는 방법이다.

우리는 종종 해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해 보기 전에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커리어 패스를 선택을 하는 것이다. 커리어 패스 – 더 자세하게는 내가 어떤 세부적인 업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할지,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해야 하는 건지 하는 부분이다. 연구원들은 내가 어떤 주제를 연구해야 가장 임팩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써 내가 어떤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벨롭을 해 나가야 가장 성공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 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떤 일에 시간을 투자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선택하는 투자의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결국 위 그림에서 왼쪽 상단의 녹색 지점에 있는 프로젝트(혹은 커리어패스 혹은 연구 주제 혹은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 가는 것이다. 그래프의 X축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나타낸다. 투자의 관점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를 나타낸다. 그래프의 Y축은 실제로 프로젝트가 얼마나 투자 대비 성과가 크냐를 나타낸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쪽 상단, 즉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모두가 동의하는 프로젝트들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으나 이는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그 경쟁을 이겨낸다고 한들 많은 사람들과 성과를 나눠야 하는 경우가 된다. 결국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문제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으나 혹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지만 이후에 성과가 크게 나올 프로젝트를 찾아가는 문제가 된다.

Zettelkasten은 그런 사전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효과적인 비정형 방법론(non-linear method)를 제공한다. 이전처럼 우리가 해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미리 어떤 믿음(Leap of Faith)를 가지고 선택하는 선형적인 방법론(linear method)과는 대비된다.

II. Zettelkasten

루만의 Zettelkasten 방법은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사실 Zettelkasten은 그 핵심이 쉽게 매일 할 수 있는 간단함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1. 매일 새롭게 알게되는 교훈을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로 짧게 정리한 노트를 쓴다.
  2. 그런 노트를 기존 노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 지 고민하여 기존 노트와 연결한다.
  3. 특정 주제로 묶을 수 있는 노트들이 충분히 쌓이면 그걸 모아서 글로 쓴다.

첫 번째 단계에서 매일 새롭게 노트를 할 때에는 노트할 내용을 선택함에 있어서 매우 높은 스탠다드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루만 교수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읽고 쓰는 학자였음에도 하루에 평균 6개의 노트만 썼었다. 쓰는 것은 새로 알게된 사실일 수도 있고,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면서 느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이론 (주장)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를 들으며 떠오른 내용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새로 쓴 노트를 기존의 노트와 연결한다. 이 과정은 직관적이지 않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직관적이지 않아야 더 효과적이다. 이때 새 노트의 개념이 기존 노트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게 된다. 어떤 기존의 노트 내용을 뒷받침하는가, 개선하는가, 대비되는가? 어떤 맥락에서 다른 아이디어와 연결될 수 있는가, 이런 고민들을 하며 노트를 기존 노트와 연결하여 우리 뇌의 외부에 네트워크된 생각 덩어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이런 노트를 계속 쓰고 연결하다보면 노트가 특정 생각 아래에 군집을 이루게 된다. 이런 군집을 이룬 노트들은 하나의 주제 아래에 특정 맥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관심에 따라 글을 읽고 행동하고 경험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에서 얻은 노트들은 우리가 찾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방향을 향한다. 이 특정 주제의 노트들이 충분히 모이게 되면 그걸 바탕으로 아웃라인을 잡고 초안을 쓰면 된다. 이 글은 내가 찾는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정리된 글이 되는 것이다.

III.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

1. 내 관심사를 중심에 두고 찾게 된다

앞서 얘기 했지만, 매일 자신이 읽는 것, 행동하는 것, 경험하는 것, 얘기 나누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훈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답을 찾고 있는 문제에 대해 답을 찾아 가게 된다.

2. 글로 쓰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은 사고를 하고 학습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길게 쓰려하면 어려워 지지만, 짧은 노트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직접 내 문장으로 쓰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며 내가 잠시 떠올렸던 생각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냥 단편적인 생각을 한 줄로 써 두었다가, 일과가 끝날 때 쯤에 그 한 줄의 문장을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풀어서 써 보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건 원래의 단편적인 생각에 머무를 때와 다르게 풀어서 쓰면서 그 결론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다. 글로 쓰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2. 이전에 얻은 아이디어와 연결을 시도하며 인사이트를 얻는다

노트한 아이디어가 이전의 아이디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매일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가 저장된 외부의 저장소에 있는 것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이디어들과 섞어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연결의 과정은 보통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해 볼 수 있다.

  • 이 노트는 남길 만한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
  • 기존의 어떤 노트와 대비되는가, 연결 되는가?
  • 이존의 어떤 노트를 더 발전시키는가, 반대되는가?
  • 나중에 어떤 맥락에서 내가 이 노트를 찾을까?
  • 이 아이디어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트를 카테고리 혹은 날짜로 분류해 둔다. 이 경우 노트할 때 얻었던 아이디어가 계층 구조에 갇혀서 다른 아이디어들과 자유롭게 결합되지 못한다. 하지만 Zettelkasten은 그러한 제약을 받지 않고 명시적으로 여러 아이디어와 연결을 시도하는 과정을 가진다.

Obsidian의 사용 설명서 문서를 네트워크화된 아이디어들 – 이라는 관점에서 그래프로 표시한 것. 그래프 기능은 Obsidian 에디터에서 백링크 기능(노트의 양방향 연결 링크 기능)과 함께 제공된다.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되짚어 보면, 오랜 기간 분야에 쌓여온 지식들이 한 순간에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하며 보통의 직관으로는 생각해 내기 힘든 복합적인 생각이 만들어 지는 순간이다. 여기서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은 오랜 기간 분야에 쌓여온 지식들을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봤고 그 아이디어 각각이 어떤 강점과 단점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업계에서는 뻔하고 진부한 아이디어인데 본인은 대단한 아이디어로 착각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관계를 인식하고, 연상과 연결을 만들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보는 데 능숙하다. 즉,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이다

“Secrets of the Creative Brain.” The Atlantic, August.

루만의 방법은 오랜 기간 아이디어를 기록으로 쌓아 가면서 그것들이 서로 연관되고 대비되고 서로 지지하고 하는 다양한 연결을 매일 시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10년 혹은 20년 전에 생각했거나 알게된 것들이 다시 스파크를 일으키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3. 내 스스로의 아이디어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아이디어에 대해 검증을 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분위기나 그때 상황, 나의 감정 때문에 얼마나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좋은 아이디어로 착각하는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사람이 가진 인지 시스템은 오랜 기간 진화해 오면서 만들어진 다양한 생존 메커니즘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것을 먼저 찾게 되는 확정 편향 (Confirmation Bias)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익숙한 것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단순 노출 효과 (Mere-exposure effect)에 취약하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 내기 쉽거나 근래에 본 것이 더 중요한 정보로 착각하는 긍정적 특징 효과 (Feature-positive effect)에도 취약하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는 과도한 자심감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기도 하도 (Overconfident bias), 내가 부족한 분야에서는 내 부족함을 인지하기도 어렵다 (Dunning-Kruger effect). 즉, 우리 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익숙한 것에 맞춰서 조작해 버리는 것이다 (20가지 인지 편향).

새로운 노트가 생겼을 때 기존의 노트를 연결하기 위해 기존 노트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노트를 작성할 때의 마음에서 멀어져서 좀 더 제 3자에 가까운 관점에서 기존 노트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매일 하게되는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아이디어에 대해 나 스스로가 빠른 피드백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 보자 — 라고 하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았던 자기 검증 방법이 Zettelkasten 방법론 상에 사실상 녹여져 있다.

4. 평생 얻었던 모든 아이디어가 복리 효과를 보며 재사용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트를 하면서 하는 실수는 노트를 포스트잇에다 하든, 노션 앱을 실행하서 하든, 책 여백에 쓰든, 하이라이트를 하든 간에 99% 재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단순히 다시 써 봄으로써 나 자신의 이해를 돕는 용도로 끝난다.

하지만, Zettelkasten은 이전 노트들이 새로운 노트들과 연결해 보는 과정이 매번 들어감으로써 우리가 습득한 인사이트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노트를 쓰는 것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며 해당 맥락에서 벗어나 더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추상화의 과정을 통과하게 된다. 추상화는 어떤 개념을 분석하고 비교할 때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아이디어들을 결합할 때도 필수적인 개념이다.

추상화 과정을 통해서 한 노트에 쓰는 사실, 아이디어, 의견은 본래의 맥락에서 자유로워지고 다른 노트와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글로 써 냄으로써 이런 맥락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쌓이게 되고 자신의 머릿속에 (긴 기간은 아니겠지만) 저장되어 새로운 맥락에서 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또는 당장에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다가 10년, 20년의 시간이 흐른뒤 새로운 관심사 아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들은 그 수가 많아 질수록 복리의 효과 (Compound interests)를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 수가 일정하게 증가하더라도 아이디어가 연결되는 연결 고리의 수는 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리의 효과는 노트를 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놀라울 만큼의 지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5. 선형적인 계획에서 벗어나 계속 흥미로운 탐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가장 흥미로운 주제들은 우리가 사전에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구할 주제를 미리 정한 뒤에 순서에 맞게 그 다음 일을 하는 이런 선형적인 계획에 기반한 방법은 놀라운 연구 결과를 내는데에 있어서는 잘 동작하지 않는다. 보통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면서 연구는 흥미로워지고 사람들의 직관을 벗어난 대단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특정 문제를 풀겠다고 사전에 확정하는 것은 임팩트 있는 결과를 내는데 있어서 좋지 않다. 그런 제약은 혁신을 막게 된다.

반면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과로 기대한다면, 그와 반대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즉, 미리 주제를 한정해 놓지 않고, 계속 주제와 구체적인 성과물을 조금씩 만들어 가며 흥미로운 지점으로 방향을 틀며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법은 원래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좌절하기 보다, 새롭게 알게되는 방향에 더 가슴 뛰게 된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기존의 전문가들과 의견이 다를 때 좌절하기 보다, 기존 전문가들과 다른 지점으로 나를 차별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도는 나 스스로가 이 문제에 대해 온전한 컨트롤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컨트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한정된 리소스인) 의지력 없이도 계속 동기부여 되어 일 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흥미로운 탐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된다.

6. 더욱 더 몰입하여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서 어떤 교훈이 있는지 인사이트가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어떻게 다른 곳에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더 몰입하는 글 읽기, 더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 진다. 모든 활동이 노트를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해서 진행된다.

이런 몰입은 노트하기, 연관 짓기, 노트 모아 글 쓰기 라는 단계로 워크플로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노트할 아이디어를 찾는 단계에서는 다른 단계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노트할 아이디어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7. 더 많은 아이디어를 더 쉽게 상기해 낼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려고 하면 백지 위를 혹은 컴퓨터 스크린의 빈 페이지를 쳐다보며 기억을 더듬어 내야 한다. 과연 10년, 20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지금 이 순간에 배웠던 것들이 세세하게 기억이 날 것인가? 노트를 하고 쌓아두는 것은 나의 두 번째 뇌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지금까지 노트는 적어 두고 어쩌다 한번씩 다시 찾아 보는 것이었지만, 이 두 번째 뇌는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되고, 기존 아이디어와 연결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며, 절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 저장해 두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우리가 특정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능력이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새롭게 배운 것을 여러 맥락에서 검토해 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실이나 의견과 같은 아이디어에 연결해 보면, 여러 가지 연결된 생각 중에 하나만 다시 상기되어도 이전에 배운 것을 기억 해 낼 수 있다. 새로운 노트를 다른 노트와 연결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격자식 멘탈 모델을 구축해 갈 수 있게 된다. 즉, 하나 하나의 내 머리속의 정보들, 혹은 맥락들이 다른 정보를 쉽게 기억해 낼 수 있게 돕는 더 연결 고리가 많아지는 네트워크화된 생각(Networked thoughts)의 저장 창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8. 간단한 워크플로 때문에 습관으로 만들기 쉽다

노트를 쓰는 방식과 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노력없이 자연스레 계속 반복해서 할 수 있는 워크플로 (Workflow)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Zettelkasten 방법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각각의 단계에서 핵심이 되는 일 외에는 상당한 에너지를 쓰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 없다. 다만 각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 즉 내용을 이해하고, 내 주장을 정리하고, 생각을 연결하는 등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간단하고 명료한 점 때문에 방법론을 실제 시작하고 실행할 때에도 의지로 극복해 내야 하는 저항이 거의 없다. 즉, 실천하는데 저항이 거의 없는 환경을 구축하여 의지 없이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목적지가 멀지 않을때 사람들은 더 동기부여 되어서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노트를 하나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노트를 정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노트가 쌓이고 클러스터링이 되는 게 생겼을 때, 이미 쓰여진 노트를 분류해서 아웃라인을 잡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미 쓰여진 문단을 연결하면서 전체 글의 드래프트 작성도 어렵지 않다. 모든 단계가 명확한 종착지점과 결과물이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우 쉽게 해 낼수 있으며 더 동기부여 된다.

앞서 흥미로운 일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즉 내가 일을 하면서 새로 발견한 흥미로운 것들을 따라 쉽게 방향을 바꿔가며 일 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워크플로는 더 수월하게 수행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저항 없는 워크플로는 쉽게 습관이 될 수 있다.

9. 여러 가지 주제를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하루 하루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전의 생각들과 연결해 나가면서 우리는 언제든 다른 주제로 뛰어 들어 새로운 탐색을 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이제 책이나 글로 쓸 만큼 디벨롭된 아이디어들 — 흥미로운 문제와 흥미로운 해결 방법들 — 은 이미 노트 형태로 충분히 정리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하여 긴 글을 쓰는 고통스러운 일이 필요 없다. 책을 쓸 준비를 하면서도 다른 아이디어로 언제든지 뛰어들어 노트를 남길 수 있고, 다른 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이런 자유도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막혀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넉아웃 되는 일이 없어진다.

이는 필연적으로 여러 주제를 함께 연구해 나갈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하나에 대한 분명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 다른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루만 교수는 반대로 자신이 연구를 하다가 어려움이 생기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연구를 중단하고 다른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즉, Zettelkasten은 내가 쉽게 진도를 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하되, 집중이 안되면 언제든지 다른 주제의 연구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일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 그리고 몰입을 유지하게 해 준다.

니클라스 루만 교수

IV. 학계 연구 이상의 Zettelkasten

루만은 자신의 저서들과 논문들을 통해서 당대의 철학, 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등 넓은 범주의 학계에 새로운 발상과 뜨거운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 이걸 통해서 이 방법론이 사회학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데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학계를 넘어 우리가 어떤 문제가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서 풀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그 문제와 해법을 함께 디벨롭해 나가는 비선형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Zettelkasten은 논리와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적인 방법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과학적인 접근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주제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는 레이 달리오 (Ray Dalio)의 원칙 (Principles)이 주장하는 인생의 중요 문제를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문제들 모두 과학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사실 Zettelkasten의 관점에서는 선택이 아니다. 하루 하루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쌓아가고 연결해 가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다음날 그날까지 나의 머릿속과 노트 저장소에 쌓아온 내 인생의 모든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다시 매진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인사이트가 쌓였을 때 우리는 논리적인 확신 – 어떤 것에 내가 베팅하는 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확신 — 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예1. 사업 아이디어를 찾기

사업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 방법, 즉 고객 개발과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신뢰한다면 Zettelkasten 방법론을 통해서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와 솔루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쌓아가며 사업 계획을 준비해 갈 수 있다. Zettelkasten은 린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을 정해 놓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관한 인사이트와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쌓아가며 최선의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비록 피벗을 통해서 다른 사업 아이디어로 전환 할지라도 그간 쌓아왔던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는 사업의 다른 단계에서 재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2. 커리어 패스 정하기

마찬가지로 커리어 패스를 결정하는 것도 하루 하루 내가 일을 하며 쌓아가는 인사이트,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부터 얻는 인사이트를 쌓아가며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일을 잘 하며, 시장은 어떤 인재를 바라는 지에 대한 공통 분모를 찾아갈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런 인사이트가 어느 정도 쌓여서 내가 충분히 학습을 한 상황에서 중요한 커리어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이런 학습의 자세가 준비되어 있다면 지금 오늘 당장에 하는 일에서 인사이트를 쌓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예3. 인간 관계

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고 이를 쌓아가다보면 어떤 사람을 내가 신뢰할 수 있고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지도 정리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사귀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얻게되는 교훈들 또한 노트로 작성하고 리뷰하고 다른 생각과 연결함으로써 더 자세히 나에 대해 이해하고 내가 우연으로 연결되는 사람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나만의 방법론이 정립되어 갈 수 있다.

예4. 다양한 주제간의 상호 작용

다양한 주제에 대해 Zettelkasten을 사용하고 노트를 누적해 온 시간이 길어질 수록 우리는 인사이트에 대한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인간 관계에서 얻은 나의 가치관에 대한 이해는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때 내가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커리어 패스를 정하면서 내가 잘하는 일에 대해 얻은 인사이트는 인간 관계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지에 관해 힌트를 줄 수 있으며, 나중에 사업을 하게 되더라도 나를 보완해줄 어떠한 공동 창업자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VI. 맺음말

Zettenkasten을 처음 접하면서 계속 귀에서 맴돌았던 말이 있다.

창의성이란 여러 생각을 그냥 연결하는 것(connecting dots)에 불과하다 .

스티브 잡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이후에 어떤 점으로 연결될 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에 열정을 느끼는 일에 집중 하라는 얘기이다.

Zettelkasten은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들을 체계적이고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이며, 하루 하루 배우게 되는 것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내 삶의 어느 순간에는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복리의 이자와 함께 쌓아가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하루에 6개의 노트면 충분하다. 이 방법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Appendix

A. 구체적인 Zettelkasten 방법

이 블로그의 대부분의 내용은 Sönke Ahrens의 “How to Take Smart Notes: One Simple Technique to Boost Writing, Learning and Thinking – for Students, Academics and Nonfiction Book Writers”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Zettelkasten의 방법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방법론이 심리학의 최근 이론 중에 어떤 것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Zettelkasten의 방법론은 아래 영상에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

Zettelkasten에 대해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구체적인 사용 케이스를 예시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니클라스 루만 교수가 만든 6만 여개의 노트는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독일어로 일부 공개된 것을 볼 수는 있다:

Niklas Luhmann-Archiv

B. Zettelkasten의 디지털 버전

Sönke Ahrens의 책에서도 소개되었듯이 저자의 웹사이트에서 Zettelkasten을 디지털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툴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Roam Research의 에디터가 networked thought라는 개념을 가장 잘 구현해 내었고, 이에 따라 상당한 팬덤이 만들어 졌으며 일부 사용자는 Notion 이후의 새로운 대세 노트 작성툴이 될 거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아래는 Roam Research를 가지고 Zettelkasten을 구현하여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아이오와 대학의 교수가 Roam 창업자와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Roam Research와 함께 경쟁하고 있는 Obsidian 에디터도 있으며 눈여겨 볼만 하다. Obsidian은 처음 시작할 때 당황스러울 정도로 UI가 친숙하지 않은데, 도움말과 이곳의 리소스를 활용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에디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Obsidian을 사용해서 Zettelkasten을 구현하는 것을 소개한 영상도 있다:

당연히 어떤 툴을 써도 Zettelkasten의 기저가 되는 효과를 이해하고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적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C. 나만의 Zettelkasten 방법

나는 원래의 방법과 다른 사람들의 추천을 참고하여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해 보고 있다:

  1. 노트할 아이디어 발견하기
    • 배운 혹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을 때 마다 한 줄 메모해 두기
    • 뉴스, 인터넷 글 등을 읽다가 새롭게 알게 되는 것 또한 링크와 함께 메모해 두기
  2. 퇴근 한 시간 전에 노트 연결하기
    1. 메모를 남긴 아이디어를 Obsidian을 사용해서 하나 씩 노트로 풀어 쓰기
      • 글, 책과 같은 출처가 있는 메모는 출처에 대해 참고문헌 노트 (Literature Note)를 작성하기
        • 참고 문헌 노트 = 핵심 내용, 문헌 정보, 제목을 내용-저자-년도 남기는 노트
      • 그 외의 아이디어에 대한 노트는 영구 노트 (Permanent Note)로 작성하기
        • 제목을 아이디어를 나타낼 수 있는 3-4개의 단어 조합으로
        • 본문에 1-2개의 키워드를 태그로 넣기
    2. 새로 작성한 노트를 여러 관점으로 기존의 노트와 링크 걸기
      • 노트에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 어떤 노트와 대비/연결 되는가?
      • 어떤 노트를 더 발전시키는가? 대치되는가?
      • 나중에 어떤 맥락에서 내가 이 노트를 찾을까?
      • 이 아이디어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3. 연결된 노트를 둘러 보면서 여러 노트를 결합해서 큰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것 알아 보기
      • 큰 아이디어를 구조 노트 (Overview Note)로 정리해 보기
        • 각 노트의 링크와 1-2개의 키워드로 내용 요약
      • 큰 아이디어를 별도의 영구 노트로 정리해 보기
    4. 지금까지 생각을 더 디벨롭하기 위해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기
  3. 글로 쓰기
    1. 노트의 그래프를 보면서 충분히 하나로 묶이는 주제가 있는지 살펴보기
    2. 그것들을 이용해서 구조 노트를 추가로 작성하기
    3. 전체 구조가 대략 잡히는 경우 노트의 내용을 모아 초안을 만들고 글을 다듬기

One thought on “Zettelkasten: 하루 노트 6장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

  1.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ㅎ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이후에 어떤 점으로 연결될 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에 열정을 느끼는 일에 집중 하라는 얘기이다” 이 말이 지금 가장 마음에 와닿네요. 세상을 만들어내는 작고 큰 아이디어들은 일상생활에서부터 함께 해오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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