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챗GPT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서 지피터스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제가 풀타임으로 스타트업처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지난 2년간 운영을 해 오면서, 이런 사업 방식이 창업팀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유지하는 새로운 스타트업 공식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우리 팀이 한 일은 (1) 창업 하려는 분야의 주제로 채팅방을 만들고,유료 스터디를 운영했고, (2)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문제를 매일 자동으로 마주하고 돕게 되었고, (3) 그런 경험이 누적되어 업사이트가 큰 프로덕트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었습니다.
창업팀에게 이 방식이 기존 투자 유치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보다 더 나은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창업팀이 노력한 만큼 꾸준히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자산이 남게 됩니다.
처음 창업할 때는 내 사업에 대한 100%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야 가족 포함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는대도 사업을 시작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통계적으로 사업은 성공 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더 높습니다.
제가 이전에 창업한 사운들리를 IP 매각한 뒤, 저와 비슷한 시기에 첫 번째 창업을 했던 창업가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많은 트래픽도 모으고, 큰 금액의 투자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다수는 5년에서 10년동안 몸을 갈아 넣으며 스타트업을 운영했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거나 오히려 감당하기 힘든 빚이었습니다.
하지만, 채팅방과 스터디로 시작하는 사업은 잘 되지 않더라도 계속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Bettermode, Circle, Discourse 등을 사용해서 게시판 사이트를 만든 뒤, 스터디에서 멤버들에게 각자 학습한 것을 게시물로 쓰게 합니다. 이 게시물이 검색 엔진에 노출되면, 이 글들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 모입니다. 스터디가 기수가 계속 될수록 나 스스로 강의를 할 수 있는 내공도 쌓입니다. 그리고, 외부 기업에서 외주를 요청 하는 일도 생깁니다. 내 사업을 위한 산업 분야를 탐색하면서, 전문가도 되어가고, 꾸준한 수익도 낼 수 있게 됩니다.
저도 2023년 1월, 챗GPT 스터디를 30명 정도 모여서 하다가, 지금은 14번째 기수, 참여 인원이 330명이 넘는 유료 모임이 되었어요. 멤버들이 남긴 게시물 덕에 매월 5-10% 성장, 현재 약 10만명이 방문하는 지피터스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올해 2025년에는 창업팀 4명만 그냥 있어도,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지피터스를 더 고속으로 성장시키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우리 창업팀은 재무적으로 안정될 수 있습니다. 0으로 회귀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자동으로 고객들의 문제를 매일 마주하고 매일 해결하며, 남들이 없는 통찰력이 생깁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고객을 만나서 돕는 것입니다.
저는 사운들리를 할 때 외부에 나가서 고객을 만나고, 프리토타이핑도 하며 사업을 더 뾰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피터스처럼 채팅방과 스터디를 운영하면서는 정말 매일 매일 고객들의 문제를 마주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돕게 되더라구요.
지피터스 채팅방, 스터디에서는 AI 활용 방법을 서로 공유합니다. 이제 막 챗GPT를 쓰기 시작한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현재 최신 영상 생성 모델들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비개발자가 개발을 하려 할 때 어디서 주로 막히게 되는지 등 고객의 문제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계속 보다보면, 더 근원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1) AI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외로웠다는 것에서 현대인의 고독의 문제가 보입니다. (2) 새로운 AI 툴이 매일 쏟아지면서, 이걸 따라 잡는 게 어려워하는 모습에서 현대인의 정보 과부하의 문제가 보입니다. (3) 채팅방 익명성 뒤에서 함부로 말하다가 서로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보입니다.
이런 솔루션이 좋지 않을까! 하는 짐작으로 사업을 탐색하기 보다, 사람들이 정말 겪고 있는 문제를 나도 직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세 번째, 사람들을 돕는 일을 더 작은 일로 쪼개보면, 크게 성장 가능한 소프트웨어 사업 기회가 보입니다
지피터스 스터디는 운영 업무가 많습니다.
(1) 모임을 기획 모집 운영하고, (2) 이때 나온 게시물, 녹화된 발표 영상으로 콘텐츠 마케팅, (3) 멤버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는 채팅방 관리 일도 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과 인터랙션이 많은 업무라서,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를 다 잘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각각을 분리해서 보면, 각각이 지피터스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기회가 보입니다.
(1) 모임을 기획, 모집, 운영
SNS 분석해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찾고, 이 관심사의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을 디지털 광고로 집행하여 사람을 모은 뒤, 온라인 모임을 AI가 진행 해 주는 관심사 모임 앱. 사람들의 자기 소개, 대화를 참고해서 다음에는 더 나은 매칭을 해 주는 앱.
유사 프로덕트: Timeleft (첫 매출부터 140억 매출까지 14개월로 고속 성장 중)
(2) 콘텐츠 마케팅
흥미로운 글, 영상을 나중에 보기 위해 저장해 두면, 출퇴근 길에 볼 수 있는 영상이 포함된 팟캐스트(호스트와 게시트가 대화를 나누며 정보, 재미 등을 전달하는 형태. 예: 침착맨, 삼프로 등)으로 만들어 주는 앱. 심지어, 팟캐스트를 듣는 도중에 호스트나 게스트에게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해 주는, 마치 게스트 일부로 참여 할 수도 있는 앱
유사 프로덕트: NotebookLM의 Podcast 생성 기능, Instapaper
(3) 채팅방 관리
유튜버, 인플루언서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을 때, 그걸 충분히 해명을 해 주는 웹서비스. 지속적인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고소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악플 관리 앱.
유사 프로덕트: SocialSignalAI
이전에는 사람들을 돕는 일, 즉 서비스업이 소프트웨어만으로는 100% 구현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생성 AI의 등장으로 이제 많은 서비스업들이 소프트웨어 프로덕트화 될 수 있습니다. 채팅방과 스터디에서 사람들을 돕던 “서비스”를 더 작은 일로 쪼개면, AI 소프트웨어 사업 기회가 보이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사람이 해야 하는 서비스업을 AI 소프트웨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시장의 크기는 사람들의 인건비 규모만큼 큽니다. 이건 SaaS 시장 규모보다도 10배 이상 클거라고 YC에서 예상합니다.
우리 팀도 지피터스를 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위의 세 가지 프로덕트 기회를 탐색해 보려 합니다.
창업가분들, 사업의 리스크를 너무 키우지 마세요!
30대 중반에 창업을 했을 때, 저는 리스크 감당에 있어서 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첫 번째 사업이 마무리 되었을 때, 너무 황망했습니다. 7년 동안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며 정말 온 힘을 쏟아 부었지만, 창업 전 실리콘 밸리의 VMware로부터 받았던 오퍼를 수락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창업가분들, 계속 투자에 목매며 리스크를 키우는 것은 도박입니다. 물론 그 도박판에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그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도 크게 성장하는 사업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