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Zettelkasten.de의 Introduction the Anti-net Zettelkasten 소개 블로그 글>
루만 교수는 종이 노트 – 즉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을 통해서 일년에 책 2권 이상 + 논문 20편 이상 혼자 써 내는 엄청난 생산성을 보였었다. 이에 영감을 받아서 2017년 이후 그 노트법을 디지털로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 관리, 생각 도구의 분야가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루만 교수와 같은 폭발적인 생산성을 보인 사람을 찾기 어렵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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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을 모두 경험한 Sascha Fast와 Scott Schepper 두 사람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제텔카스텐의 차이를 얘기한 영상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디지털로 하려 하기 때문에 제텔카스텐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일까?
대담 인원 소개
Scott Scheper
- 2006년부터 종이 카드 노트를 해 왔다고 함
- 2008년에 에버노트 등 여러 디지털 노트 쓰다가 다시 아날로그 → 다시 옵시디언 →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옴
- 2017년 Sonke Ahren 교수의 책을 보고 넘버링 (Folgezettel)을 알게 되고 현타옴
- 약 1년간 종이 제텔카스텐을 Anti-net 이라는 이름으로 해 왔고 그 경험에 대해 올해 8월에 책을 출간할 예정
Sascha Fast
- Zettelkasten.de – 제텔카스텐 관련 가장 큰 포럼을 2013년도부터 운영. 2008년 정도부터 제텔카스텐 사용
- 초기에 종이로 하다가 디지털 툴을 만들어서 디지털로 넘어옴. 현재는 본인이 만든 The Archive 앱 사용
- The Archive라는 제텔카스텐 앱 개발 – 종이만 대하고 있는 듯한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 현재도 스마트폰 안쓰고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고 싶어함
영상의 핵심 메시지
- 지식을 소화(processing)할 시간이 충분해야 함
- 종이 제텔카스텐은 워크플로에서 이걸 강제함
- 마치 스마트폰 없이 지도를 한번 보고 물어가며 목적지를 찾아 가는 것
- 스마트폰 보고 가는 사람과 비교해서 누가 여행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겠나?
제텔카스텐에 대한 해석
제텔카스텐이 한 것은 헨리 포드가 자동차 산업에서 한 일과 비슷하다.
이전에는 한 사람이 차를 전부 다 만들었으나, 포드는 부품별로 만드는 사람을 따로 두고 컨베이 벨트를 사용해서 조립했다. 즉, 더 간단한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제텔카스텐도 그러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프로세스를 더 간단하게 만든 것.
제텔카스텐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 노트 박스 안의 지식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실제 목표이다.
(1) 지식을 카드로 쓰고, (2) 연결하기 위해서 혹은 노트 찾기 위해서 다시 보고, (3)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더 지식간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을 모아 두기만 한다.
결국 제텔카스텐은 SRS (간격 학습 방법, Spaced Repetition System)의 더 발전된 방법이다.
노트를 연결하고 그 연결을 타고 가면서 예전 노트를 발견하며 노트 인덱스를 만들고, 글을 쓰기 위해 아웃라인을 잡으면서 이렇게 노트를 발견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제텔카스텐이다. 반면 SRS는 계속 똑같은 단순 정보를 주기적으로 보는 것이다. 생각의 발전이라는게 있기 어렵다. SRS은 마치 당신 자신을 강아지 훈련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디지털 vs. 종이 제텔카스텐
디지털은 여러 노트의 연결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는 장점이 있다.
Scott 은 옵시디언 그래프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베타 버전의 앱을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다 (아마 Scrintal로 추정됨). 노트를 펼쳐 놓고 볼 수 있는 것은 종이 제텔카스텐은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끝없는 무한 캔버스 위에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은 디지털에서만 존재한다. Scott은 베타 버전의 앱에 검색 기능, 복붙 기능, 수정 기능을 모두 빼라고 피드백을 주었더니 (즉, 노트를 찾아 볼 수 밖에 없도록 불편하게 만드는 것), 그 앱 개발사의 대표가 우리랑 생각이 많이 다르시네요 .. 라고 했다고 한다.
디지털 제텔카스텐은 지식을 소화하는 과정보다 다른 과정에 집중하게 함
제텔카스텐은 지식을 모으고 구조화하는 방법이지만, 디지털 툴은 지식을 모으고 치장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게 유도한다. 앱의 테마를 바꾸고, 아이콘의 위치도 바꿔보고, 자신의 워크플로에 딱 맞게 이리 저리 플러그인을 추가하기도 한다. 메타데이터를 추가해서 여러 노트를 쉽게 테이블로 만들어 보기도 하며, 이 경우 메타데이터가 추가로 더 필요하게 되면 1-2주를 들여서 기존 노트를 수정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지식을 소화하는 – 이해하고 다른 생각과 연결하며 구조화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게 된다.
반면에 아날로그 방식은 본연의 지식을 소화하는 과정에 집중하게 한다
아날로그 방식은 (1) 검색 기능과 (2) 복붙 기능이 없다. 하지만 이런 제약사항 때문에, (1) 내가 원하는 노트를 찾기 위해서 기존 노트들을 뒤적거려야 하고, (2) 발견한 지식을 노트로 쓰는 것도 매우 선택적으로 하게 된다. 그리고 종이의 촉감으로 느끼며 글로 쓰는 것은 천천히 내용을 이해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느리고 제한된 상황 덕에 노트를 더 많이 읽게 되고 그 내용은 머리속에 더 저장되게 되어서 지식 간의 연결 고리는 더 발견하게 된다 (제 생각 – 그리고 이런 지식 간의 연결 고리 자체가 하나의 지식이므로 지수적으로 더 많은 인사이트, 아이디어, 지식을 얻게 된다).
그래서 어쩌라고!
Scott Scheper
- 2-3주 종이 제텔카스텐을 해 본 뒤에 디지털을 해 보는게 좋은 것 같다. 어떤 프로세스가 디지털에서 빠지게 되는지 알 수 있다.
- Creative Output (글, 기획안, … 등 창의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 결과물)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해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고, 결과가 만들어 지는 방향으로 프로세스가 정리 된다.
- 루만 교수도 초기 제텔카스텐 서랍장은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기 위한 것이었고, 시스템 이론을 다루기로 한 다음에는 별도의 제텔카스텐 서랍장을 이후 30년간 사용했다. 원하는 결과에 따라서 프로세스가 맞춰질 수 있다
Sascha Fast
- 나는 디지털로 하지만, 디지털에 쓰기 전에 종이 노트에다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다이어그램을 그려보고 하는 것을 할 때가 많다. 하나를 쓰더라도 여러번 생각하고 정리해서 쓴다. 이 방법을 추천한다.
- 충분한 노트 수의 지식을 모으고 이걸 잘 구조화해서 큰 개념의 자료로 만들어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면 대충 쓰고 모으기만 하는 그런 노트 방식에 비해 10배 – 20배로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즉 한 분야를 충분히 크게 만들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프로세스에 신념을 가지고 계속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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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하고 완전히 공감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한 노트들을 쭉 펼쳐 놓고 하나씩 연결하는 것이 결국 루만 교수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꾸미기로서의 제텔카스텐이 아닌 본질적인 면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넵 ~ 저도 마찬가지로 저도 모르게 노트를 꾸미고 있는 모습 반성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