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를 정리하는 노교수

PARA vs. 제텔카스텐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고, 정리해서 재활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대한 답이 PARA (세컨드 브레인), 제텔카스텐 노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 노트 방법들은 사실상 학습(Learning)을 이루는 두 단계 중 후자에 해당합니다.

학습의 두 단계

1. 빠르게 기초 지식을 파악하는 것 (15-20시간)

2. 추가 지식을 파악하는 속도를 어느 정도 낮춤

보통 1번은 VOD 강의를 구매하거나,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서 봐보거나, 글을 찾아보거나, 책을 사서 읽거나 합니다. 무언가 강하게 내가 이걸 배워야 겠다 – 라는 동기가 생겼을 때 바로 실행이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책, VOD, 강의 사 놓고도 않볼때도. …)

2번은 잘 진행되지 않고, 우연에 맞기게 되거나, 1번을 할 때 알게된 블로그의 뉴스레터에 가입하거나, SNS에서, 유튜브에서 채널을 구독하고 그 피드에서 나오는 글을 보게 됩니다. 수동적이고 적극적이지 않게 실행되는 부분이죠.

이 2번을 의도적으로 체계를 갖추고, 내가 페이스(pace) 조절을 해 가면서 계속 학습을 누적해 나가겠다 하는 것이 PARA와 제텔카스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번 – 의도적 집중 학습을 할 때 노트를 잘 해두고, 노트 시스템을 구축해서 이후에 간헐적으로 2번을 실행해나간다면 특히나 계속 학습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아마 모든 산업을 것 같네요, 정도는 다르겠지만), 뚜렷한 경쟁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노트 방법론들의 핵심은 결국 반복 간격 학습인 것 같아요.

내 노트를 정리하는 활동, 연결하는 활동 자체가 이전에 써두었던 노트를 읽게 만들거든요. 그게 내 머리속에 다시 한번 정리되고, 지금 현재 내 머리속에 있는 지식과 연결되어 아이디어 스파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PARA vs. 제텔카스텐

이제 두 노트 시스템을 반복 간격 학습의 관점에서 살펴봅시다.

PARA 의 경우는 의도적인 반복 간격 학습이 너무 약합니다. 내가 뭔가 필요할 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고, 조합할 수 있다는 것 좋죠. 하지만, 그 빈도가 낮아서, 반복 간격 학습이 되지 않습니다.

제텔카스텐의 경우는 반복 간격 학습이 너무 빡셉니다!

옵시디언 쓰는 분들도 이 함정에 빠지시기쉬운데요, 노트를 쓰는 것은 쉽지만, 그걸 이전의 노트와 연결하고 정리하고 하는 작업이 사실상 더 중요한 부분이되는데, 그걸 꾸준히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루만 교수님도 하루에 5장 정리했고, 쓰는 시간보다 정리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는데, 사고 실험과 논문쓰는 것이 가장 업무가 아닌 이상 이걸 계속하긴 정말 어렵죠.

하지만, 제가 세컨드 브레인 그룹을 계속 운영해오면서 느낀 것은, 사실 둘 다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어렵고, 그걸 꾸준히 해 가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AI의 역할

시스템의 구축과 반복 간격 학습을 AI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내가 일일이 다 정리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반복 간격 학습이 잘 됩니다. PARA처럼 메모 써 놓고 아몰랑 나중에 검색해서 다시 사용해야지 하는 방식은 반복 간격 학습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 둘의 중간에 사용자가 필요한 정도를 선택해서 할 수 있으면서도 최적의 UI를 제공해주는 무언가가 로직 기반의 소프트웨어는 불가능했지만, 이제 AI로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시스템의 구축을 노트앱과 무관하게 대신 해 줄 수 있고, 내가 어떤 노트앱을 쓰던, 노트를 할 때 연결해야 할 이전에 썼던 노트를 띄워주고, 새로운 연결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기능의 앱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게 꼭 좋은 사업 기회인가는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지식이 관리되어 더 창의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ROI 측정이 너무 어려워서, 생산성을 추구하는 분들, B2B 마켓에서는 그게 잘 안된다라는 게 고통 (pain point)는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생산성 매니아라면 한번 본인의 노트 시스템을 이 관점에서 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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