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r 파운더와의 대화
2020년 초, 나는 노코드에 완전 매료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쪽 분야로 사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벌써 수십여개가 있는 노코드 툴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더 할 수 있는게 있나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어떤 여자분이 웹페이지 빌더를 만든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Softr의 창업가 Mariam Hakobyan 이었다.
그분의 얘기는 현재의 웹사이트 빌더들은 디자이너 역량이 필요한데 그것 없이 만들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정적인 웹사이트를 넘어서 동적으로 데이터 연동을 할 수 있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Great! 이라면서 코멘트를 달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차별화가 혹은 경쟁력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고 별로인 사업 아이디어네 –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 갔다.
2022년 1월 Softr는 제품을 런칭한지 1년만에 $13.5M (한화 약 160억원)의 투자를 받고 4만명이 넘는 고객이 쓰는 서비스가 되었으며 B2C 노코드 툴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빨리 성장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해 주는 것이 Softr였다. 내가 사업을 검증할 때도 가장 많이 쓰는 툴이고, 내가 지금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커뮤니티 페이지를 만들려고 했을 때도 Webflow, WordPress, Notion + Oopy.io, Ghost.org 와 여러 각도로 비교하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품이다.
제품 UX가 만들어 내는 차별화
2020년에 Mariam이 Softr.io 웹사이트 빌더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놓쳤던 것은 무엇인가? 그건 사소해 보이지만 제품 사용성이 상당히 편리해지는 것, 즉 UX로 차별화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시장을 잠식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딩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할 때 Webflow와 같이 한줄 한줄 만들어 가야 하는 툴은 배워서 쓰기가 상당히 어렵다. 템플릿을 가져다 쓴다고 했을 때도 어차피 내가 수정을 해야 하는데 일단 빌더의 복잡한 편집 UI에서 압도 당한다. 전통적인 블로그 플랫폼이 되어 버린 워드프레스, 고스트 같은 경우도 처음에 학습을 해야 하는 난이도가 존재한다.
Softr는 그 장벽을 아예 없애 버렸다. 레고처럼 블록을 쌓아 가면 웹사이트가 만들어 진다. 각 블록의 수정도 최소한으로만 가능하다. 그냥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 색깔을 바꾸는 것, 이미지를 바꾸는 것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픽셀 하나 수준까지 신경을 쓰는 디자이너의 툴로는 부적합 할지는 몰라도 이제 세 살이 된 내 조카 지율이도 쓸 수 있을 것처럼 쉽다. 고객은 제품을 쓴지 1-2분만에 Aha! 모먼트를 느낄 수 있다.
The key difference is the ease of use using building block concept vs messing around with divs/pixels.
Mariam이 가장 큰 차이점은 레고와 같은 블록으로 쉽게 만드는 점이야 – 라고 했을 때 나는 그게 전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다른 앱 빌더도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가지기 쉽지 않아 보였다.
Softr의 경쟁력은 레고 블록처럼 쌓아가는 쉬운 UX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다. 레고 블록처럼 쉽다고 주장한 많은 웹 빌더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쓰기 어려워지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계속 제공되는 기능은 많아지고 세부 사항을 설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쓰기가 어려워진다. Softr 반면에 블록으로 확장하는 기본에 충실하며 추가적인 커스터마이제이션 기능을 최소한으로 유지해서 원래의 간편하고 쉬운 UX를 계속 유지 하였다.
이처럼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제품의 UX의 차이와 이걸 지켜 나가는 것으로 Softr는 레드 오션으로 보였던 초보자용 웹 빌더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일 매일 우리는 더 쉬운 프로덕트를 만나고 더 쉬운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UX의 차별만으로도 확고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어진 것이다.
Softr가 보여주는 사업 기회
흥미로운 사실은 Softr의 UX 조차도 불편한 점이 있고, 이게 다른 누군가에게 또 사업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1. Softr는 드래그 앤 드랍을 기본 UX로 사용하지만 뭔가를 만들 때 가장 편한 입력 장치는 키보드이다.
우리가 컴퓨터에 많은 양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송하는 방법은 키보드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마우스와 그래픽 UI가 컴퓨터에 도입된 이유는 그게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마우스를 화면의 특정 위치에 옮겨서 버튼을 클릭하고 누른채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생각해 보자. 화살표 키를 사용해서 메뉴로 이동한뒤 선택하고 다시 화살표 키로 놓을 곳으로 이동하는 것 대비해서 상당한 멘탈 에너지를 쓴다. 미세한 움직임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Softr의 현재 드래그 앤 드랍 방식보다 Notion과 같은 타이핑을 하는 방식이 훨씬 낫다.
(실제 노션과 같은 입력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Typedream과 같은 웹사이트 빌더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Typedream은 Softr처럼 레고 블록을 쌓으며 웹사이트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얼마나 큰 편의를 제공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2. 위지위그 기능이 한정적이어서 불편하다
Adalo와 Glide라는 두 가지 앱 빌더가 있다. Adalo의 경우 앱을 만들면서 Preview 모드로 들어가야 만들어진 앱을 확인하고 사용해 볼 수 있다. 반면에, Glide는 앱을 만드는 화면 자체가 이미 만들어진 앱이라 실제 그 앱을 써 보는 것까지 앱을 만드는 화면에서 할 수 있다. 즉, 앱을 만들때 빈번히 하게 되는 작업을 한 단계 더 줄인 것인데 이 사소한 UX의 차이 하나가 쓰는 사람입장에서는 정말 편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Glide를 쓰다가 Adalo로 갔을 때 짜증이 올라올 정도이다.
Softr 또한 Preview 모드가 따로 있다. 물론 웹사이트를 블록으로 쌓아갈 때 대략적인 웹사이트 모양을 볼 수 있지만, 프리뷰 모드에 진입해서 이 웹사이트의 정확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게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마케팅에서 고객 퍼널을 관리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객 퍼널의 한 단계가 추가되면 열에 네 다섯은 그 단계에서 이탈한다. 즉, Preview 모드를 없애면 UX에 있어서 네 다섯배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3. 반응 속도는 UX 편의성에서 큰 역할을 한다
슈퍼휴먼이라는 이메일 앱이 매달 $30 (한화 36,000원)이 넘는 구독료를 내어 가면서 쓰는 앱인데 폭발적인 반응이 있다고 들었을 때 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공짜앱이 수두룩하고 이메일을 쓰는데 있어서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슈퍼휴먼을 써 본 사람은 그런데 다른 이메일 앱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슈퍼휴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사용자 인터랙션에 대해서 앱이 100ms 이내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동일한 기능이라도 더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는 앱을 만나면 우리는 이전의 앱이 너무 느리고 답답해 진다.
Softr와 같은 웹사이트 빌더들은 대부분 반응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다시 노션과 Softr를 비교해 보면, 노션도 페이지 로딩 시간이나 다른 페이지를 링크할 때 검색 속도가 느려서 속터지는 부분이 있지만, 막상 글을 타이핑하면서 문서를 만들어 갈 때는 지연을 느끼기가 어렵다. 반면에 Softr로 블록을 쌓아가는 작업을 하고 메시지를 수정하는 작업을 할 때는 내가 노션을 사용할 때 보다 진행이 느리다는 느낌이 있다.
Softr vs. Glide
Softr와 차별화 할 수 있는 세 가지 UX 측면을 살펴보면 현재 Softr의 가장 큰 경쟁자는 Glide가 아닌가 싶다. Glide는 앱 빌더로 시작했지만 Glide Page라는 웹 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출시 했다. 비록 아직은 Softr와 같이 많은 범주의 웹사이트를 지원하진 않지만, 위지위그 기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반응 속도도 Softr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둘다 마우스를 주로 사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또 다른 UX 차별화를 하는 새로운 웹사이트 빌더가 나올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UX도 사업 아이디어이다
Softr는 더 편한 UX로 레드 오션으로 보였던 웹사이트 빌더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말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고 IT 쪽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1 – 2분 만에 웹사이트를 만들며 Aha! 모먼트를 느낄 수 있다. 웹사이트를 블록으로 쌓아 가며 만든다는 사소한 UX 아이디어가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는 것을 나는 지켜본 셈이다.
소프트웨어 제품은 점점 더 편해진다. 이런 편한 제품을 계속 접하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인지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고객의 불편함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낳는다. 우리가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때 와우! 라고 탄성이 나오는 신박한 느낌을 주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사소해 보이는 UX 차별화에 더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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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코드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외산제품의 특징을 벤치마킹하는데
항상 좋은 글에 감사하게보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