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위 캡쳐 사진을 봤을 때 한 없이 공감이 갔다. 구체적으로 문장으로 정리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사실이 사진에 또렷히 표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듯한 저 말투에 더 공감이 갔다.
그릿이라는 책과 김연아의 얘기는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큰 업적을 달성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그것은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열정, 즉 그릿이라고 주장한다.
대부분 우리는 재능이 성취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능에 대해 추앙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력의 의미에 대해 박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입 밖으로 그렇게 표현하지 않지만, 엄청난 노력을 해서 성취를 한 사람보다 그런 노력없이도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을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노력이나 능력이 성취에 기여했는지 잘 모를 때, 우리는 그 모든게 그 사람의 재능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저자인 엔젤라 더그워스 교수는 아래와 같은 공식을 제안한다
기량 = 재능 x 노력
성취 = 기량 x 노력
그러므로,
성취 = 재능 x 노력2
노력으로 다져진 재능은 기량이 되고, 그런 기량이 더 지속되는 노력으로 발전할 때 성취를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우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도 많은 성취를 하지 못한 사람들과, 재능은 부족하지만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결국 큰 노력이 있으면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인 것이다.
윌 스미스가 그런 노력형이었다는 사실은 잘 몰랐지만, 그의 얘기는 인상적이었다.
“나와 함께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그 사람이 먼저 기권하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그냥 큰 노력을 한다는 것이 모두 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력의 방향 또한 중요하고 일관된 방향으로 노력이 이루어 질 때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방향은 우리가 어떤 일을 다른 일보다 우선하느냐에 따라 정해 진다.
저자는 이런 우선 순위를 정하는 4단계를 소개한다. 사실 워렌 버핏이 자신의 전용기 조종사에게 알려준 3단계는 방법에 저자가 한 단계 (세 번째 단계)를 추가한 것이다.
-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 자신을 성찰해 가면서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다.
- 중요한 목표 5개가 얼마나 하나의 궁극적인 공동 목표에 기여하는지 살핀다. 그 공동 목표가 바로 열정과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곳이다.
- 나머지 20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한다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는 중간 수준의 목표들과 그 목표들을 받치는 하위 수준의 목표들도 필요하다. 그리고 낮은 수준의 목표일 수록 유연하게 수정해 가는 경로 변경도 필요하다.
이제 목표도 분명히 정해졌고, 노력이 중요한 사실도 알게되었다. 그럼 어떻게 나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열정, 즉 그릿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그릿을 키우기 위한 4단계를 소개한다.
- 분명한 관심사를 가지기
-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기
- 높은 목적의식을 가지기
- 그리고 희망을 가지기
1. 분명한 관심사를 가지기
먼저 분명한 관심사를 가지는 것은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관심사는 자기성찰을 통해서 내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찾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자기의 관심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자신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 관심사를 발견한 뒤에 주도적인 관심으로 발전시키고 흥미를 계속 유발해야 열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때 지속적인 흥미를 가지기 위해 주변의 격려와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
2.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하기
열정을 가질 관심사를 찾았으면 이제 질적으로 다른 연습을 해야 한다. 그냥 매일 한 시간씩 조깅을 한다고 해서, 우사인 볼트가 될 수는 없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하는 노력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즉 의식적 연습 (deliberate practice)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습을 지속 하다보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한 몰입(flow)을 경험하게 된다.
3. 높은 목적의식을 가지기
그런 연습과 몰입을 통해서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고 이는 더 큰 목적의식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큰 목적의식은 이기적이기보다 이타적이다. 보통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들, 즉 난관에 부딪치고 그에 맞서서 헤쳐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위기를 잘 이겨냈을 때, 그때 달성한 목표들은 보통 타인의 유익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목적의식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그런 경험을 했던 순간을 되짚어 보라고 하고 싶다. 또 하나, 현재의 일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주어 자신의 핵심 가치(=더 높은 수준의 목표들)과의 연관성을 증대시킬 방법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롤모델을 찾아보라고 한다.
4. 그리고 희망을 가지기.
내가 통제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면 무력감이 든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모든 동물은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고, 이 학습된 무력감은 쉽게 포기하는 성향과 우울증을 초래한다. 반대로 통제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기력한 순간에 굴하지 않고 버텨내는 경험은 어떤 어려운 일이든 포기하지 않는 낙관론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경험은 자신이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상황은 변하지 않을거라 비관하며 포기하는 사고 방식(고정형 사고방식, fixed mindset)보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고 더 노력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고 방식(성장형 사고방식, growth mindset)을 더 가지게 한다.
성장형 사고 방식 –> 낙관적 자기대화 –> 역경을 극복하려는 끈기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 할 지라도 좌절하고 조급해져서 고정형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보이는 말과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노력을 했음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그럴때 한 걸음 물러나서 원인을 분석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후 책은 후반부에 어떻게 자녀들에게 그릿을 심어줄 수 있을 지에 대해 소개한다.
엄격하고 권위적인 부모들과 격려하는 부모들의 케이스가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좋은 자녀 교육은 이 두 가지 모순되어 보이지만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부모의 모습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즉,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하는 권위적인 교육과 함께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격려하는 교육이 함께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릿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과외 활동과 이 중요하다. 학교 수업은 도전적이고 목표를 가질 수는 있지만, 즐겁지 않다.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은 즐겁지만 도전적이지 않다. 과외 활동은 도전적이면서도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이를 가이드해주는 성인이 함께 할 수 있다. 한 두달이 아닌 수년을 하는 오랜 과외 활동을 통해 작은 성취를 하나 하나 이뤄가는 경험은 그릿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릿을 키우는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한 그룹이 가지는 문화는 그룹에 소속된 사람과 소속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가치 판단의 척도이다. 그릿을 추구하는 문화, 즉 그룹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핵심 가치에 그릿이 강조되어 있고, 실제 그런 핵심 가치가 말과 행동으로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실행된다면 그 그룹에 속한 것 만으로도 그릿은 향상된다.
그릿은 많은 부분에서 기업가 정신과 유사하다. 여러 성취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니, 비단 기업가 정신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화의 얘기에서 새삼 기업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된다.
힘들고 좌절스러운 느낌이 드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의 고통과 좌절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분석을 통해 교훈을 얻고 다시 노력할 힘을 얻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