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달에 갔다는 것은 흥미로운 뉴스 거리이다. 하지만, 이게 대중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그런 의미에 대해서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이 사건은 4억명 이상의 전 세계인이 함께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는 완전하지 않은 우주선을 가지고 아직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바탕으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람을 달에 보내려는 NACA와 여기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닐 암스트롱의 여정을 담는다. 사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 전에 이미 목숨을 걸고 대기권을 넘나드는 실험 비행체의 파일럿이었고, 아폴로 11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동료를 완전치 못한 기술과 우주선에 잃었으며, 이러한 완전하지 못한 기술을 바탕으로 달에 가려는 도박을 했던 사실은 나는 잘 몰랐었다.
SF 영화에서 나오는 멋진 우주선이 아니라, 외부를 거의 볼 수 없고 정말 쉽사리 고장나고 폭발하는 우주선을 거의 내부에서만 보는 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영화가 지루해 지는 요인이었다. IMAX 스크린 크기의 영사물이 크기도 엄청 큰데, 하도 흔들거려서 정신은 없었지만, 불완전한 우주선 내부에서 우주인들이 겪는 불안감을 영화는 관객에게 (비록 지루한 느낌과 함께이지만) 전달한다.
그리고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닐 암스트롱 자신이 어린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내며 겪은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 지를 영화는 신파 없이 잘 보여 준다 (확실히 미국 영화엔 신파가 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닐 암스트롱 자신이 많은 동료를 잃으면서 인간으로써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멘탈이 흔들리는 그런 부분을 잘 묘사해서 한 영웅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몰입이 잘 되었다.
영화 전반엔 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깔려 있다. 음악엔 젬병이라 각 음악이 가지는 의미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드라마를 완성하는 한 축을 음악이 잘 담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만, 아폴로 11호가 발사되고 달 착륙 전에 겪는 어려움이 전개될 때 나오는 음악은 좀 아쉬운 면이 있었다. 한스 지머가 인터스텔라에서 들려준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그 뒤에 깔린 희망과, 그리고 그 희망이 언제나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는 척박함이 전달되는 그런 수준의 음악은 아니었어도, 액션 영화나 SF 액션의 배경에서나 나올 듯한 음악은 라라랜드의 감독 작품이라는 점에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