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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의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사람들이 노션(notion.so)를 이용해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노션은 문서를 이쁘게 할 수 있는 노트앱이다). 간단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 위의 이미지처럼 위키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또는 행사의 참가자를 모으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블로그 자체를 노션으로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의 사업 웹사이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으로 노션을 쓰기도 한다. 위의 두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큰 차이 없이 웬만한 웹사이트의 룩&필을 그대로 클론할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노션으로 만든 페이지는 로딩 속도가 느리고, 검색 엔진 최적화가 안되어 있는 문제가 있는데 심지어 이를 해결하는 웹 서비스도 출시가 되었다(super.so, notion2site.com).
이런 현상은 기업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 하였지만 (웹사이트 빌더), 사람들이 더 좋은 솔루션을 스스로 찾아 사용(노션)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알리고 싶은 정보가 있는데 웹페이지로 만들기 어렵다 — 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Wix.com나 Webflow 등의 웹사이트 빌더가 아니라, 노션인 것이다.
글쓰기 UI는 남녀노소 누구나 잘 쓸수 있다
사람들이 노션이 웹페이지를 만드는데 웹사이트 빌더보다 더 선호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점은 노션의 글 쓰기 UI가 드래그-앤-드랍보다 훨씬 편하다는 점이다. 나 스스로도 드래그-앤-드랍으로 웹페이지를 만들려면 조금 막막한 느낌이 드는데, 노션을 실행하고 나면 훨씬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드래그-앤-드랍은 쉬워 보여도 어떻게 페이지를 구성해야 하는지 어떤 블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학습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글쓰기는 다르다. 누구나 글쓰기를 해 왔으며 어떻게 노트앱을 써야 할지는 더 잘 알고 있다.
이런 차이점은 노션이 웹사이트 빌더로써 더 인기있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 대중적인 노코드 웹사이트 빌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웹사이트 빌더가 IT 개발 지식이 있는 한정된 고객군을 가진 반면에, 노션은 웹사이트 개발이라는 것을 대중화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럼 웹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빌더는 어떨까?
웹사이트는 정적인데 반해 애플리케이션들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공하고 화면에 표시해 주는 일련의 작업을 정의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앱 빌더들은 웹사이트 빌더와 마찬가지로 드래그-앤-드랍 UI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가장 익숙한 UI는 드래그-앤-드랍이 아니다. 스프레드시트이다. 그러므로 IT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들조차 쉽게 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스프레드시트 UI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타 노코드 앱 빌더들보다 에어테이블(Airtable.com)이 진정으로 앱 개발을 대중화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참고로 에어테이블은 스프레드시트 모양을 하고 있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로써 단순 테이블 형태 외에도 다양한 데이터 표시 방식을 지원하는 툴로 엑셀 혹은 구글 시트의 차세대 버전쯤 된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에어테이블의 싱크(테이블의 데이터를 외부와 동기하는 기능) 그리고 오토메이션 기능(테이블 데이터에 슬랙, 지메일 등의 외부 앱을 자동 실행하는 기능)들은 에어테이블이 노코드 앱 빌더로써 이제 두 번째 성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앱 빌더로써 에어테이블의 강력한 경쟁자는 글쓰기 UI를 가진 노션일 수 있다. 노션과 매우 유사하지만, 노션보다 앱 빌더 기능에 좀 더 충실한 코다(coda.io)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코다는 노트하기 — 라는 보다 대중적인 기능에 집중하지 않아서 노션만큼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다를 써 보면 노션과 차이점이 거의 없는데 추가로 데이터베이스 기능과 자동화 기능이 상당히 뛰어나다. 문서를 쓰는데 문서가 동적인 웹사이트 같은 기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업무 자동화 노코드 툴의 UI
노코드 툴은 지금까지 얘기한 웹/앱 빌더 외에도 업무 자동화 툴의 범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 스프레드시트 쓰기와 같은 대중적인 UI가 자동화 툴에는 아직 없는 듯 하다. 재피어(Zapier.com)가 노코드 업무 자동화 분야에는 단연 1위 업체이다. 하지만 앱을 검색하고, 옵션을 선택하는 재피어의 UI를 가장 대중적인 UI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업무 자동화에 있어서 가장 쉬운 UI는 내가 업무 하는 것을 시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Automatio.co라는 앱의 UI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웹사이트를 열고 내가 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그대로 재연해 주면 Automatio.co는 그 작업을 기록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원할 때 다시 재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utomatio.co와 같이 자동화할 작업들을 일일히 지정하는게 아니라, 그냥 녹화 버튼을 누르고 작업을 하면, 그 내용이 자동화 워크플로로 자동 완성되는 UI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업무 자동화도 진정한 대중화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노코드 도입의 허들: Digital Illiteracy vs. UI
지금까지 노코드툴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느낀 것은 노코드툴이라 할지라도 IT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 없이는 툴들을 사용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션으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게 IT에 대한 배경지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대중적이지 않고 IT 사람들만이 쉽다고 생각하는 UI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오히려 대중화되는 데 허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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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회사에서 노션으로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데 이 글을 통해서 제가 느끼고 있던 것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작년 글이네요.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