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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국내의 회사들과 가장 큰 차이가 있는 점은 회사가 가진 사명감이다. 구글의 직원들은 구글 경영진이 중국의 요구에 따라 검열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검색 엔진을 제공하려 할 때 허용할 수 없다는 서한을 경영진에게 보냈다. 즉, 내가 일하는 곳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근무의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국내 회사에서는 그러한 사명감을 공유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보지 못했다.
Radical Focus라고 하는 책에서 소개하는 OKR (Objective and Key Results) 방법론은 사명감을 공유하는 구성원으로 이뤄진 회사에서 일상적인 결과가 아닌 도전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이드 해 준다.
OKR의 구성은 간단하고, 그 간단함이 핵심이다.
- Objective – 숫자를 포함하지 않는 사명의식에 기여하는 목표
- Key Results – Objective가 달성 되었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인 지표
보통 3달 정도의 기간 후의 성과를 위해서 OKR을 설정한 뒤, 매주 월요일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어려움이 있는 부분을 함께 논의하며, 매주 금요일 지난 주간에 했던 일을 공유하며 서로 축하해 주면서 마무리한다.
목표가 회사의 사명의식과 공명한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보통 회사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주간 회의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세부적인 몇 가지 장치들이 OKR 방법론이 한국 기업의 경영 방식들과는 다른 점을 보인다.
- Objective는 50%의 확률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설정하고, 매주 달성 가능성만 계속 체크 한다
- 실제로 금요일에 성취한 것들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축하해 준다
- OKR 설정을 모든 전사 직원들이 함께 한다
위의 세 가지가 가장 와 닿는 차이점이었고, 큰 성과를 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Objective는 50%의 확률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설정하고, 매주 달성 가능성만 계속 체크 한다
목표는 꼭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팀원들과 공유하긴 했으나, 직원들은 목표가 세워지는 순간 압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50%의 확률로 성공할지 안 할지 모르는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도전과 실패가 용인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또한 50% 가능성의 목표는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 불가능해 보이지 않지만 제한된 여건의 어려운 문제가 창의력을 발산시켜 주듯이 말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매주 월요일 체크인 회의 때에 각 목표에 달성해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Key Results의 진행 상황을 리뷰하는 것이 아니라, Objective의 달성 확률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원들은 자율성을 가지게 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집중하게 된다.
2. 실제로 금요일에 성취한 것들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축하해 준다
방향과 의미를 둘째로 치고, 일단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 것은 작은 성취에 대해 축하하는 것을 하찮은 일로 여기게 한다. 하지만 매주 작은 일을 축하하는 것은 매주 조금씩 해 나가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고, 누가 무엇을 하는 지 더 잘 보이게 한다. 그리고 매주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더 동기부여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반복되어 한 주에 성과를 만들어가는 습관을 문화의 일부로 만들어 준다
3. OKR 설정을 모든 전사 직원들이 함께 한다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며, 자신이 결정할 수 있어야 말 그대로 자기 일이 된다. 내가 원해서,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최종 결정을 해 가면서 주는 일은 타인이 자신의 일로 느낄 수 없다.
OKR 설정을 전사적으로 함께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구성원이 더 업무에 몰입하고 주인 의식을 가지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그들이 실무를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반영 되어야 한다.
실제 OKR 방법론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이슈들은 책의 내용 만으로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첫 번째로 OKR과 성과 평가를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 지에 관한 내용이다. 책에서는 OKR과 성과 평가를 분명히 분리해야 낮은 목표를 세우는 경향을 없앨 수 있다고 했으나, 1:1로 면담을 하는 것으로 성과 평가를 한다는 개략적인 내용 외에 구체적인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
두 번째로 OKR을 계층 구조로 가져 갔을 때 과연 단순함에서 오는 파괴력이 그대로 유지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구글에서 쓸 정도면 충분히 그럴 것 같으나, OKR 세트가 3-4개가 되어 버리면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 같다. 어떻게 계층 구조와 단숨함을 함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방법론의 핵심은 직원들이 회사의 사명의식에 공명하는 개인의 사명의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TeaBee의 사명의식은 좋은 차를 모든 사람에게 전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TeeBee의 구성원은 차를 매우 좋아하거나, 차를 재배하는 농장이 더 잘 되게 하고 싶거나 하는 개인의 의식이 있다. 그런 공명하는 의식들이 없는 상황에서 공동의 목표를 함께 세우기도 어렵고, 실제로 전체가 몰입되기도 어렵다.
다시 한번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일에 대한 사명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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