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efoot investor

The Barefoot Investor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재정상으로 볼 때 자살행위라는 자극적인 글을 읽었다. 요컨데, 스타트업으로 성공해서 큰 돈을 벌 것을 예상하고 재정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진다 — 라는 얘기다 구글 출신이 $25M 펀딩 받고도 그런 얘길. 그리고 재정 계획에 참고할 서적으로 The Barefoot Investor라는 책을 추천했다 (아직 번역본이 없다!).

The Barefoot Investor는 인생의 행복은 재정적인 자유, 재정에 대한 내가 주도하는 통제권을 확보할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이러면 잘 와 닿지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래 한 문장으로 정말 그렇겠구나 확 와 닿았다.

Another study by HSBC spanning more than 16 000 people in 15 countries found that, on average, Australians run out of their savings 13 years before they die … one of the worst results in the world.

폐지줍는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을지로 입구역에 누워 계시는 분들도 …

책은 저자가 지난 십 수년간 호주에서 개인 재정을 컨설팅 해 주고 라디오 방송을 해 오면서 호주판 스튜핏! 누구나 실제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재정 계획을 소개한다. 은행에 전화하는 스크립트, 금융 상품 이름이 나열되어 있을 정도의 아주 세부적인 계획이고, 선택하지 말고 그냥 따라하라고 해서 정말 심플하다. 원칙보다는 To Do를 제공하는 것이라 저자가 살고 있는 호주가 아닌 한국에선 세부 사항이 큰 의미가 없으나,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원칙은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통장에 돈이 없어서 더욱 … 

큰 두 가지 원칙으로 내 나름 정리해 본다:

  1. 빚을 먼저 없앤 뒤 집을 사고, 투자를 해서 노후 대책 마련하기
  2. Compound 효과를 극대화 하기

너무 요약 했나 … 아무튼 하나씩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빚을 먼저 없앤 뒤 집을 사고 투자를 해서 노후 대책 마련하기

보통 한 달 월급이 들어오면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주위에 몇 분에게 물어 봤는데 적금, 여행을 위한 저축을 자동 강제 이체하고 나머지는 다 쓴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데, 좀 더 체계적이다.

Serviette Strategy from the book, The Barefoot Investor: The Only Money Guide You’ll Ever Need

세후 월급이 들어오면 60%는 생활비로 쓴다. Splurge 10%는 내가 좋아하는 조금은 사치스런 일에 쓴다 (예: 트레바리ㅜㅠ). Smile 10%는 해외 여행, 휴가 등 저축을 해서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일을 대비하기 위해 저축해 둔다. 

여기서 20%로 되어 있는 Fire Extinguisher로 카드 빚부터 없애고, 집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 (호주에선 집 값의 20%)를 마련한다. 그리고 노후를 준비하면서 Mojo라고 된 계좌에 돈을 모은다.

뭐야 이거 가계부책이야? 하는 분도 있겠지만, 좀 더 들어보시라.

자, 세후 월급 100% 썼는데 Grow라고 하는 물통에는 9.5%가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 … 국민연금(Superannuation)이다. 우리 나라도 9% (급여 받는 사람 4.5% 원천 징수 + 고용자가 추가로 4.5%) 들어가게 되는데, 저자는 이 국민 연금을 정말 잘 활용해서 노후 대책을 세운다. 

단계별로 보면, 먼저 저자는 당신이 가진 재정 자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벌고 있는 너 자신이라고 말 하면서, 당신이 다치거나 사망해서 돈을 벌지 못할 때 가족이 겪는 고통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수입이 중단되는 사고를 겪는데 이에 반해 대비가 된 가구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재정을 파탄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보험 상품을 구매하라고 한다 (자기 집에도 불났었다며 …). 단, 사고 났을 때 내는 자기 부담금을 최대로 높여서 보험비용은 낮추라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카드 빚, 자동차 빚 등의 빚을 없애라고 한다. 이건 성공한 투자자는 거의 모두 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빚의 이자가 복리이기 때문에 이거 없애지 않고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단다. 작은 빚부터 없애가고, 하나 없앨 때 마다 뒷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마지막 통지 편지를 불사지르는 퍼포먼스로 자신감을 회복 하라고 한다. 꺄오!

그래서 Fire Extinguisher를 가지고 빚을 쭉 없앤다. 카드다 잘라버린다. 카드사에 전화해서 이율 낮은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이율도 낮출 수 있다 (저자는 스크립트도 제공함). 그렇게 빚을 쭉 없앤다.

그런 다음에 Fire Extinguisher를 가지고 이제 집을 마련할 최소 금액을 Mojo에 쌓아 간다. 그리고 구매하고 싶은 집 가격의 20%가 모이고, 나머지 대출금을 매달 수입의 30% 내에서 갚아갈 수 있는 범위의 집을 사라고 한다. 잘 사는 동네, 있어 보이는 집에 살려고 하지 말고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사라고 다시 강조. 보통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긴 하는데, 통장은 비어있다며 … 

그리고 Fire Extinguisher를 이용해서 Mojo를 계속 채워 나간다. 

어라? 그럼 Grow는 국민연금 9.5% 밖에 없나 … 하시겠지만, 집을 구매한 다음에는 9.5%에서 15%로 국민연금 납부액을 더 높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으로 Index Fund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택하라고 한다 — 호주에서는 연금이 어떤 투자 상품에 투자 되는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나 보다.

이런 계획 가지고 노후 준비가 될까 싶은데 … 호주에서는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호주에는 국민연금과 별개의 기초 연금 (Aging Pension)이 보통 1인당 8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이 금액과 Grow에 쌓인 금액이 7-10년 주기로 2배씩 증가하도록장기 투자 상품(=Index Fund)를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아참, 죽을 때까지 퇴직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 붙이며 … 

2. Compound 효과를 극대화 하기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년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 평가하지만, 수년에 걸쳐 할 수 있는 일은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게 바로 Compound 효과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여러 방법을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론으로 얘기하면 재미도 없고 이해도 어려우니까 뭘 하라고 나오는지 정리해 본다:

  • 적금 이율 2% 로 1억원 적금들어 두면 30년뒤 1.8억원이 된다. 그런데, 펀드 상품의 일종인 Index Fund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에 투자해서 연 이율 8%로 30년을 유지하면, 10억원이 된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보다 주식 펀드를 강추함).
  • 빚의 이자율, 주택 대출의 이자율, 자산 관리자에게 주는 수수료율, 펀드 수수료이 모든게 복리로 붙게 되는데 매년 협상해서 낮추면 수억원을 아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세한 계산은 책을 보시길 …). 전화 한 두 통이면 가능하다고 … 

보통 사람들을 보면 돈을 빨리 버는 방법에 집중하는 데,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율을 유지하는 게 훨씬 큰 돈이 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자나 수수료로 내는 것들이 보통 눈에 띄지 않지만 원금이 커질 수록 복리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모든 금융 상품은 최소 수수료인 것을 찾거나 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것 자체를 최소화 하라고 한다. 저자가 계산해서 보여주는 데 정말 말도 안되는 금액 —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수수료를 수십년에 걸쳐서 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왜 금융회사들이 사이즈가 큰지 이해가 된다 (글로벌 LG 전자 시총 17조, 국내 신한금융 20조. 토스가 왜 잘나가는지 이해도 되고)

그 외에도 Compound 효과를 볼 수 있는 다른 몇 가지 약간 처세술 같은 내용이 있는 데 공감이 갔다.

  • 연말에 사서 다음해 2월이면 집에 놔두고 쓰지 않을 물건들 사지마라. 대신 자주 쓰고 필요한 물건들(예: 베개, 삼분의일 매트리스)는 정말 최고의 제품을 사용해라.
  • 금융 상품은 꼭 필요한 것만 사용하고, 상품을 구매할 때 옵션, 패키지, 추가 혜택 이런것들 절대 하지마라 (그래서 금융회사들이 잘 사는 거라며 …). 개인 자산 운영사 이런 쪽도 하지말고 단 건 비용만 받는 서비스를 이용하라 모바일 앱 자산 관리 서비스 안녕 ~.
  • 직장에서 용병처럼 일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사에게 도움을 구하고, 잘하고 있는지 자주 피드백을 받고,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면 연봉도 Compound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매달 와이프와 한 번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매 주 10분의 시간으로 현 상황에 대해 확인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에서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실천하려면 국내 여건에 맞게 아래 내용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1. Blow, Splurge, Smile, Mojo에 적합한 은행 계좌는 어떤 것이 있는지
  2. 우리 나라 국민연금으로 어느 정도의 노후 대책이 가능하며, 개인적으로 투자 펀드를 선택하거나 금액을 늘리는 것이 가능한지, 국민연금 외에 어떤 연금을 준비해야 노후 대책이 될지
  3. 내 재정 상태를 파탄낼 수 있는 인생 이벤트는 뭐가 있는지, 그런 재앙을 막아줄 좋은 보험 상품은 무엇인지
  4. 해외에서는 신용카드 빚을 줄이기 위해 Zero-percent Transfer 즉, 이자를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대신 대출 계좌를 옮겨주는 금융 상품이 있는데 국내에도 비슷한게 있는지
  5. 국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쓰다보니 과연 국내에서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게 맞는지 호주로 이민을 가는 게 맞는 지 헷갈린다 G’day mate!

그리고, 보통의 가계부 앱들이 나에게 왜 큰 도움이 안되는 지 알것 같다. 크게 Daily Expenses, Splurge, Smile, Fire Extinguisher로 구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너무 세부적인 항목을 살펴보게 한다. 사실 저번 달 내가 돈 썼는데 문화활동에 얼마를 썼는지와 교육에 얼마를 썼는지 그렇게 구분해 가야 할까? 귀찮구로… 매번 좀 하다가 말게 되고, 하더라도 인사이트를 얻는 게 힘들었었다. 물론 큰 범주의 항목에 쓰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세부 내역을 보는 계층적인 구조는 필요하겠지만 지금 나와 있는 것들은 너무 복잡하다. 앱 개발 배워서 내가 만들어 보고 싶다.

사실 블로그로 쓰다보니 세부 사항이 너무 많이 빠졌는데, 개인 재정 관리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특히나 노후 대책의 경우 우리 나라와 상황이 많이 달라서 내용을 요약하진 않았는데, 숫자로 계산해보는 것을 비슷하게 해 볼수는 있을 것 같다. 또한 자녀들의 재정 교육에 대한 내용도 있고 (올해에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 나온다고 한다. 물론 영문판), 유서 쓰는 법도 …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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