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도 오픈 채팅방으로

페이스북을 넘어설 플랫폼 기회: 그룹 채팅 커뮤니티

세컨드 브레인 채팅방에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노트법에 대해 얘기 나누세요

게시물이나 뉴스피드 기반의 소규모 커뮤니티가 그룹 채팅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활성 사용자가 많지 않은 카페는 카페는 그대로 두고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다. 소모임 앱과 당근 마켓앱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동네 사람들을 모아서 각각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다. 직무가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방을 만들고,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모여 방을 만든다. 온라인 강의를 하는 분은 수강생을 채팅방으로 모으고 초기 인플루언서들은 팬을 오픈 채팅방에 모아서 소통한다.

이뿐만 아니다. 커뮤니티이긴 하나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곳들도 오픈 채팅방에서 생겨나고 있다. 블로거들과 블로그 광고를 요청하는 마켓플레이스가 지역별로 오픈 채팅방이 있다. 구인구직 채팅방은 직무별로 오픈 채팅방이 존재한다. 제조사와 유통 업체, 그리고 소매상이 다 함께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에서는 하루에 수십건씩 업체 소개와 상품에 대한 소개가 공유된다.

Discord nearly tripled its user base in one year – Discord 채팅앱이지만 음성 채팅 기능으로 차별화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림 출처: Business Insider)

이러한 흐름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을 하면서 함께 채팅과 보이스톡을 함께 하는 디스코드 앱이 있다. 폭발적인 성장 이후에 현재는 게임을 넘어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디스코드 앱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디스코드는 커뮤니티의 갯수는 670만개, 월간 사용자 1억 4천만명으로 압도적인 사이즈를 가진 플랫폼이 되어 있다. 실제 슬랙에서도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존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글로벌하게 존재하는 그룹 채팅 기반의 커뮤니티는 정말 많을 것이다.

채팅 커뮤니티의 성장 엔진

그럼 왜 이렇게 채팅 기반의 커뮤니티가 늘어나고 있을까?

무엇보다 채팅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다수대 다수의 실시간성 커뮤니케이션이 큰 역할을 한다. 채팅 기반의 커뮤니티에서는 거의 실시간으로 내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고, 내가 하는 얘기에 대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직접 통화를 하는 방법 외에는 이렇게 빠른 피드백 루프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없다. 이전의 게시물 중심의 웹사이트에 비하면 회원들은 훨씬 빠른 속도로 내가 쓴 글에 대한 답이나 의견을 받아 볼 수 있다. 이 빠른 피드백 루프는 더 많은 소통을 만들어 내고 그로인해 적은 수의 멤버만 있어도 게시판 중심의 커뮤니티와 다르게 금방 활기를 띈다. 채팅 인터페이스가 중독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써 채팅을 선호한다.

작은 규모의 커뮤니티는 그룹 채팅의 형태가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또한 쉽게 활성화 된다.

두 번째는 가장 쉬운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기존 게시물이나 뉴스피드,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중심의 커뮤니티보다 짧게 단문을 쓰는 채팅 인터페이스가 더 편하고 더 부담 없다. 공들여 사진이나 글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내용이 짧아도 된다. 또한, 채팅 인터페이스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던 시절부터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미 학습한 유저 인터페이스이기도 하다.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접근성이다. 한국의 경우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한다. 카톡의 오픈 채팅방은 그런 사적 대화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하루에도 수십번 확인하게 되므로 자연스레 오픈 채팅방의 글도 확인을 하게 된다. 해외의 경우 이러한 점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관심 있을 법한 커뮤니티는 디스코드에 많이 존재한다. 슬랙을 주로 쓰는 테크 관련 업계의 사람들은 그룹 채팅방을 슬랙에 많이 만든다.

고객 채널로써의 그룹 채팅

이와 같이 그룹 채팅은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을 쉽게 모아 준다. 그런데 비슷한 관심사라는 것을 좀 더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어떤 문제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쉽게 만나고 대화 나누는 대상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와인이라는 주제로 모여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와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일 수 있다. 아니면 이성을 만나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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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Community-Led Product Development Wins – Peter Yang은 고객 커뮤니티를 통해서 고객과 가까이 붙어 있으면 빠르게 제품을 개선할 수 있고 그 결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아직은 구체화되지 않은 비즈니스의) 고객 채널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그룹 채팅은 모든 비즈니스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준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통의 문제를 가진 고객을 빠르게 모객(Acquire)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 제품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짧은 피드백 루프를 완성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즉, 핵심 고객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 콘텐츠와 내 제품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집단 지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식당 오너의 경우 단골 고객들을 그룹 채팅방에 익명으로 모아서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적극적인 고객들에게 다양한 재방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식당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경우 항상 어떤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려움이 많다. 이미 내 콘텐츠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룹 채팅에 모아서 함께 대화를 나누며 다음 콘텐츠에 대한 기획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독자들은 이런 활동을 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오너십을 느낄 수 있고 콘텐츠가 발행되고 나면 이를 자발적으로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하여 크리에이터를 도울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 아이디어를 그룹 채팅으로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다. 제품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가진 고객들을 그룹 채팅방에서 모아서 대화하며 고객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컨시어지 MVP를 제공하여 — 즉 내가 발로 뛰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 고객이 기꺼이 구매할 제품이 어떤 것인지 제품을 만들기 전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온 제품은 그룹 채팅 멤버들에게 검증 받을 수 있고, 제품이 충분한 가치를 전달하게 되면 멤버들은 열심히 제품을 홍보해 줄 것이다.

고객 채널로써의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열정 이코노미(Passion Economy) 혹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eeator Economy)로 대변되는 경제 주체의 시대적인 변화를 가속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101가지 웹서비스). 크리에이터들과 인플루언서들은 구독자와 일방의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양방의 소통을 함으로써 서로가 든든한 지원자가 될 수 있다. 그 관점에서 그룹 채팅 커뮤니니티는 어떠한 커뮤니티 인터페이스보다 빠르게 몰입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준다. 초기부터 든든한 팬 베이스를 구축하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꼭 수백 수십만의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적은 수의 열정적인 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열정 이코노미는 크리에이터들이 소수의 핵심 팬들로도 충분히 재정적인 안정을 가질 수 있을때 비로소 가속화 될 수 있다. 즉 그룹 채팅 커뮤니가 열정 이코노미의 가장 근원적인 밑바탕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뚜렷한 한계와 해결 방안

고객 채널로써 그룹 채팅은 채팅 인터페이스의 한계점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인데, (1) 멤버수가 늘어날 수록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양적인 성장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과, (2) 그룹 채팅 내의 콘텐츠가 체계적으로 아카이브되지 않기 때문에 검색 엔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멤버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픈 채팅방에서 메시지는 정말 빠른 속도로 쌓인다

먼저 그룹 채팅의 가장 명확한 한계점은 멤버가 늘어날수록 몰입도가 떨어진는 것이다. 멤버가 늘수록 채팅방에서 공유되는 메시지가 많아 진다. 이건 채팅 그룹이 슬랙이나 디스코드에서처럼 채널의 형태로 나누어져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한 채널에 메시지가 많아지면 미확인 메시지에 대한 알림의 수가 증가하고 일부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읽지 않은 메시지가 많은 경우 사용자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그로 인해서 대화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꺾이게 된다. 결국 회원 각자의 몰입도는 멤버수가 증가할수록 현저히 떨어지며 이는 채팅 인터페이스의 장점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점으로 말미암아 채팅 커뮤니티는 그 양적인 성장에 있어서 한계가 생긴다.

두 번째 한계점은 대화 내용이 아카이브 되지 않는 것이다. 채팅 인터페이스는 실시간성이 강조된다. 이런 실시간성 인터페이스는 시간이 흐른 메시지들이 눈에서 사라지는 것을 포함한다. 메시지들은 물론 모두 저장되어 검색도 가능하지만, 나누었던 대화가 의미있는 단위로 정리되고 분류되고 아카이브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게시판 중심의 커뮤니티들은 게시판이 주제별로 나눠져 있고 세부 주제로 계층 구조를 이루고 있어 과거에 관련된 글들을 쉽게 찾고 읽을 수 있다. 또한 게시판 내용은 검색 엔진을 통해 자연적으로 외부에 노출되고,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Organically) 커뮤니티로 유입되게 된다 (심지어 Reddit 사용자들은 Reddit 자체의 검색 기능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구글에서 검색을 하기도 한다). 결국 그룹 채팅의 아카이브가 잘 되지 않는 문제는 게시판 커뮤니티와 같이 유기적으로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

이런 문제는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 것일까?

오픈 채팅의 최대 인원수인 1,500명이 참가하고 있는 그룹 채팅을 생각해 보자. 이런 많은 수의 멤버가 채팅에 참여하고 있어도 채팅창에 공유되는 개별 메시지가 1,500명 모두에게 흥미가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애시당초 아무리 많은 멤버들이 하나의 그룹 채팅에 참여하더라도 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메시지만 볼 수 있다면, 그룹 채팅방은 마치 소수의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즉, 기술적으로 구현 여부를 떠나서 이상적으로 상상해 보면, 내가 봐야 하는 메시지만 나에게 보이고, 내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하는 사람에게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채팅 인터페이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는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가 나누고 싶어 하는 대화에 대해 관심사가 더욱 더 일치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는 대형 커뮤니티의 장점 — 즉,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쓰는 게시물에 정확히 관심이 있는 사람, 그 내용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점 — 을 그대로 그룹 채팅 내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러한 채팅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메시지가 전달되는 사람이 다이나믹하게 정해지는 이상적인 그룹 채팅방은 참여자들의 몰입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채팅방은 양적인 성장을 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없어 진다.

SaaS Study Group 오픈 채팅방의 채팅 메시지들을 뉴스레터 형태로 요약한 노션 페이지. 각각의 토글을 펼치면 해당 주제의 대화 메시지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그럼 채팅방에서 메시지가 흘러가버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슬랙과 같이 메시지들을 묶어서 쓰레드 단위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 각각의 쓰레드는 결국 게시판의 글에 댓글이 달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의 쓰레드가 주제에 맞게 분류되어 리스트 형태로 자동 저장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채팅앱 내에서 이 리스트와 채팅앱을 빠르고 쉽게 전환할 수 있는 UX가 있다고 하자. 결국 채팅을 하는 것은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고, 채팅창 내에서 논의가 되었던 다양한 주제의 대화들은 각 주제에 맞게 분류되어 멤버들이 수시로 참고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그룹 채팅을 통해서 만들어진 게시판들 — 특정 주제에 맞는 대화 쓰레드들의 리스트들 — 은 채팅앱 내에서 액세스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웹으로 퍼블리시되어 검색 엔진에 인덱싱 될 수 있다. 우리는 구글 검색을 통해서 해외의 다양한 포럼에서 질문하고 답했던 내용을 마주할 때가 있고 그걸 통해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이 모인 포럼을 발견하곤 한다. 똑같이 그룹 채팅앱에서 쓰레드 리스트들이 검색 엔진에 인덱싱되어 검색을 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커뮤니티로 유입될 수 있다. 메시지들을 쓰레드화하고 이 쓰레드를 주제별로 잘 분류하는 것만으로 메시지가 흘러가버리는 문제를 해결될 수 있고 커뮤니티는 유기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의 플랫폼

앞서 얘기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양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면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초기 활발한 채팅방의 한계를 뛰어넘어 레딧, 쿼라, 카페 등과 같은 게시판 중심의 커뮤니티와 같이 큰 규모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고객 채널로써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객 채널이 양적인 제한없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경우 각 커뮤니티는 멤버들이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소규모 그룹 채팅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현상은 쉽게 발견된다. 커뮤니티 성격이 특정 직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방 내에 구인구직 활동이 일어 난다.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에는 지역 광고가, 그리고 투자 정보가 중심이 되는 곳에서는 투자 플랫폼의 광고가 공유 되곤 한다.

현재 그룹 채팅 커뮤니티는 멤버들에게 추가 기능 — 즉 멤버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능— 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채팅 본연의 메시지 기능으로 광고를 하는 정도로만 비즈니스에 활용된다. 하지만 채팅 본연의 인터페이스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비즈니스적인 기능을 채팅 인터페이스에 추가할 수 있다면 다양한 비즈니스가 그룹 채팅방에서 탄생할 수 있다.

Discord를 사용해서 함께 영화를 보는 Discord Movie Night. 라이브 커머스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라이브 쇼핑을 생각해 보자. 익숙한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상단에 영상이 나오고 하단에서 채팅을 하는 것이다. 이걸 그룹 채팅방에 적용해보면, 이미 모여있는 사람들이 다 함께 관심을 가질 만한 영상을 띄워두고 대화를 나누는 게 된다. 영상 하단에 구매 버튼이 있다면 훌륭한 커머스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채팅방을 생각해 보자. 특정 종목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채팅창 특정 위치에 차트가 고정되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이 고정된 차트 옆에 매수 및 매도 버튼을 위치시켜서 거래 자체가 채팅앱을 벗어나지 않고 일어나게 할 수 있다.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그룹도 비슷하다. 자신의 질환에 대해 보여주거나 진단서를 채팅창 일부에 고정시켜 두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전문가 호출 버튼을 진단서 아래에 위치시켜 방 내에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에게 바로 조언을 듣고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이 같은 인터페이스가 낯설지 않다. 쇼핑을 할 때 우리는 제품에 대해 점원과도 얘기하고 친구와도 대화하며 제품을 구매한다. 금융 상품을 다룰 때 우리는 차트를 보고,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매도/매수를 한다. 아픈 곳이 있으면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병원이나 약을 추천을 받는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비슷한 경험이나 관심사의 사람들과 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채팅과 비즈니스 기능을 하는 모듈은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자연스럽게 혼합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화가 가장 앞단에 있는 그룹 채팅 플랫폼은 이런 모든 비즈니스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언번들링에 이은 번들링

아이폰의 출시 이후 10년간 수많은 모바일 서비스가 출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한 예로 미국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았던 게시판 서비스 중 하나인 크레이그 리스트(Craig’s List)를 살펴보자. 크레이그 리스트는 다양한 주제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서 거래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 받는 게시판들의 집합이다. 지난 10년동안 각각의 게시판은 하나의 성공적인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로 언번들링되어 왔다.

앞으로의 10년은 그룹 채팅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한 번들링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새로운 모바일 앱이 수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은 여전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각 앱의 인터페이스가 다르고 사용 방법에 차이가 있어 모든 대중을 커버하긴 어렵다. 채팅 인터페이스는 모든 대중이 이미 익숙한 인터페이스이며 어떤 인터페이스보다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대다수의 비즈니스를 번들링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특정 기능을 하는 앱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번들링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슬랙, 디스코드, 그리고 텔레그램과 같은 채팅 인터페이스를 가진 앱들은 앞서 얘기한 한계점을 극복함으로써 채팅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한 다양한 비즈니스들을 번들링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이런 기존 채팅앱을 쓰는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새로운 그룹 채팅앱이 나온다면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어 페이스북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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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페이스북을 넘어설 플랫폼 기회: 그룹 채팅 커뮤니티

  1. 최근 제가 사용하는 Ghost나 Super 모두 Circle에서 Discord로 커뮤니티를 옮기는 걸 보고 그룹 채팅이 이제 주류가 되는 구나 싶었네요. 개인적으로 광고 범벅이 된 카톡을 싫어하는 편이라 그룹 채팅 커뮤니티를 검색하다 이 글까지 들어오게 됐습니다. 아실지 모르겠는데 Holix라는 서비스가 이미 있더군요. 오늘 가입하고 몇몇 그룹챗에 조인을 해보기는 했는데 유저들이 활발한 것 같지는 않아 약간 실망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료 강의를 주요 수입원으로 두고 있는 서비스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 같은 유저는 구독비를 내서라도 저와 관심사가 일치하는 그룹챗에 들어가고 싶을텐데 그런 서비스가 (제가 아는 바) 없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1. 네 저도 그렇습니다. 광고 없이 말끔한 그룹 채팅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예: https://www.geneva.com/), 이후에는 좀더 선택지가 다양해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2. 그룹 채팅의 한계와 기회에 대해서 너무 공감하면서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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