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8
Two men turning over the soil

초기 스타트업의 삽질을 막아 줄 두 가지 방법

나는 사운들리를 창업 했을 때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나의 직관에 비춰 필요하다고 하는 일을 했고, 전체 팀은 내 얘기를 잘 따라와 주었다. 지금 되짚어보면 나의 그런 결정들 때문에 사운들리는 초기 2년동안 정말 많은 일을 하면서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사업 방향에 갈피를 못 잡아 성과없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초기 스타트업이 많은 일을 하지만 성과가 미비한 데는 특히 두 가지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1) 창업 초기에 하는 업무의 순서에 대해 헷갈려하는 점 때문이고, 또 하나는 (2) 핵심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 때 하는 일의 순서

초기 창업 때 해야 하는 일은

1. 고객 인터뷰 혹은 MVP 개발로 사업 리스크를 검증하기
2. 팀 빌딩 하기
3. 재원 마련하기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고, 업무의 순서는 1 → 2 → 3의 순서가 가장 효과적이다.

나는 창업 첫 2년 동안 팀빌딩과 재원 마련을 하는데 있어서 시간을 많이 소모했다. 사실 사업 리스크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개발팀도 있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원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팀 빌딩과 재원을 마련하는 일을 시하면서, 사업을 검증하는 일 — 실상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성과를 얻는 속도가 오히려 느려졌다.

팀이 빌딩되면 무언가를 개발할 수 있게 되니까 개발팀에 계속 일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최소를 개발하기 보다 있으면 좋은 것들을 업무로 주게 되었다. 이런 활동을 뒷받침하는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투자 유치와 정부 과제 확보하는 일을 하는데 더 시간을 쓰게 된다.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소설로 써야 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지면 확신이 들기 때문에 (심지어 린스타트업 책을 두 번 읽고 사내 워크샵까지 했음에도) 사업을 검증하기 보다 고객을 만나도 내가 원하는 것만을 보게 되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Paul Graham은 이런 행태가 첫 창업가에게 많이 보인다고 했고 이를 스타트업 놀이 하기라고 불렀다 (Before the Startup – Paul Graham). 사업 검증, 즉 고객에 대해 알아가는 것 없이 그럴싸한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고 좋은 사무실을 얻어 스타트업 흉내를 내는 것을 얘기한다. Paul Graham은 우리가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그럴싸해 보이게 뭔가를 하는데 이미 잘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이런 스타트업 놀이를 하게 된다고 한다.

회사를 IP 매각하고 혼자 사업 리스크를 검증하는 것을 해 보니, 팀과 재원 없이 사업 검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고객 인터뷰부터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10-20명 정도를 전화로 인터뷰하는 것은 쉽게 혼자서 할 수 있었다. MVP 개발 없이 노코드 툴을 사용해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제품의 사전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정량적인 평가를 했다 (린 고객 개발, 프리토타이핑). 이 후 신청을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을 나누어 인터뷰를 했는데 이것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팀이 없으니 따로 큰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투자유치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

초기에 이런 사업 검증의 일부, 정말 일부의 결과만 있어도 팀 빌딩이나 재원 마련을 위해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사업을 검증한 내용이 없다면 소설에 불과하지만 간접적인 검증 결과만 있어도 내 말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사람을 설득하기 쉬워지면 팀 빌딩도 빨라지고, 투자 유치도 빨라진다. 결국 빠르게 사업 성과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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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고객의 정의

어차피 초기 스타트업은 많은 것을 다 잘해낼 수 있는 리소스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 아이디어에서 우리가 풀려고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고통의 정도가 심각한 고객군 — 즉, 핵심 고객군을 찾아서 그들에게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품에 가치를 가장 많이 느끼는 고객들로부터 일관성있는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발, 마케팅, 세일즈의 방향성을 명확히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핵심 고객군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다면 니즈가 다른 여러 고객으로부터 오는 피드백을 받게 되고 사업의 방향성이 흔들리게 된다. 사업 방향이 불분명해 지면, 이에 따른 제품 개발, 마케팅, 세일즈 모두 해야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경계가 불분명해 지고 수개월은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러므로, 좋은 고객 피드백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아야 하지 말아야 하는 피드백을 걸러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핵심 고객군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핵심 고객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 이 문장에는 우리가 제공하려는 제품의 대안 제품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1. 처방전 관리앱 – 방금 처방받은 처방전에 나온 약 이름을 모두 검색해 보는 사람
2. 중증 환자 녹음앱 – 진료 받을 때 의사 얘기를 녹음해 와서 가족과 공유하는 환자
3. 반값 수수료앱 – 중개 수수료가 아까워서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 먼저 방을 올리는 세입자

이런 식인 것이다.

이런 정의가 명확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 검증 하려는 고객 문제를 정말 고통스럽게 느끼는 고객들과 그렇지 않은 고객들을 그들의 행동으로 명확히 구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고통스러운 고객들은 뭔가 다른 방법, 즉,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고통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고객들은 굳이 대안을 알아보고 쓰지 않는다.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쏟아 부어서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은 당연히 고통을 크게 느끼는 고객이고, 이러한 정의를 통해서 집중해야 할 고객이 확연히 구분된다.

또한 그러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처방전 관리앱의 경우 검색 엔진 광고만으로도 초기 고객은 바로 찾을 수 있다. 중증 환자 녹음앱의 경우는 고객을 바로 찾을 수 있는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환자와 가족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모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힌트는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아래와 같은 고객 정의는 명확하지가 않다.

1. 50-60대의 중증 질환을 앓고 있으며 고등 교육을 받은 환자
2. 20-30대에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모시고 병원에 자주 방문하는 환자 가족
3. 20-30대에 수입이 적은 전월세 세입자

이런 고객 정의가 충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핵심 고객 정의는 간접적이다. 저런 사람들 안에 내가 제공하려는 제품을 정말 반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내가 제공하려는 제품의 대안을 쓰고 있는 사람들 — 이라는 기준점이 명확히 기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집중해야 할 핵심 고객 외의 고객이 같이 있는 경우 고객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은 모호해 지고 방향성이 여러 갈래가 되기 쉽다.

아이디어스의 경우 마켓플레이스 상에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으기 위해서 초기 멤버들이 명함을 수천장 찍어서 가는 곳마다 돌렸다고 한다. 프레쉬코드의 경우는 공동 창업가의 넓은 인맥을 활용해서 초기에 샐러드를 주문하는 곳마다 직접 찾아가 배달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초기 고객을 모으는 활동은 한편으로는 창업가들이 얼마나 간절한가를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 받고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구전된다. 그리고 물론 두 회사는 그런 활동을 통해 핵심 고객을 찾아 갔고 훌륭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하게 핵심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더 우선 순위로 진행되었다면, 초기에 많은 시간을 더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핵심 고객을 정의하는 것은 고객 인터뷰를 통해서 할 수 있다 (The Mom Test – 고객 의견에 헷갈리지 않을 수 있는 고객 인터뷰 방법).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제공하려는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가 고객에게 정말 있는지 먼저 파악을 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가진 고객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행동 — 특정 제품을 쓴다거나, 스스로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거나 하는 것을 파악한다. 문제와 대안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면, 핵심 고객의 정의는 매우 쉽다.

시간을 한정하기

아침 일찍부터 새벽까지 일 하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우면 정말 하루를 알차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창업과 같이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은 할애하는 시간의 양 비례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 얼마나 현명하게 하느냐에 비례하여 성과가 나온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사업이 잘 될거라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일주일에 100시간은 일해야 한다는 얘기도 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의 창업을 끝내고 두 번째 창업을 준비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시간을 한정해 놓고 좀 더 현명하게 일할 방법을 찾는다면 어땠을까. 더 핵심 고객을 찾게되고, 더 빠르게 사업을 할 순서를 찾게 되어서, 오히려 더 빠르게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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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초기 스타트업의 삽질을 막아 줄 두 가지 방법

  1. 우연히 들어와서 좋은 글 읽네요. subscribe기능은 현재 작동을 하지 않는 건가요?

    1. 흠 이상하네요. 말씀하신대로 안되는 경우가 있는 듯 합니다. 제가 Plug-in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볼께요. 혹시 다시 시도하셨는데 error 나면 캡쳐해서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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