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en Tree

개인 재무 관리 Intro

우린 매달 월급을 받아 생활을 한다. 그리고 우린 지금 받는 월급으로 가까운 미래와 먼 노후도 보내야 한다. 결혼, 자녀 양육, 내 집 마련, 부모 봉양, 경조사, 건강 문제, … 이런 생애 이벤트들이 생기면 갑자기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써야 할 일은 생겼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그때의 고통은 실제 고문을 당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한다).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개인이 재무를 잘 관리해서 돈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할 수 있을까? 즉,

  1. 매달 월급을 어떻게 사용해야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2. 월급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3. 매달 내가 재무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잘 모를 때는 해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래서 일단 부모님 세대분들에게 어떻게 나 같은 자식들을 키워내고 재산을 마련 하셨는지를 물어보았다.

영화, 강남 1970

1980년대의 개인 재무 관리

어르신들의 얘기에 따르면 과거 급성장을 이루고 있을 시절에는 급여 일부를 저축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산을 불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1980년에 정기 예금 금리는 18.6%이다 … 1967년은 26.4% 이다. 정기 예금 금리에서 물가 상승율을 빼도, 4% 안팎의 연간 평균 수익률이 나온다. 또한, 지난 20년간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연간 평균으로 4.5%이고 서울 주요 지역은 10%에 육박한다. 더군다나 부동산은 자동으로 장기 투자가 된다. 

범 국가적으로 저축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있었고, 이와 더불어 저축이 큰 미덕이었던 시기라, 알뜰 살뜰 저축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가족을 꾸려 살던 부모님 세대에는 현금이 모이면 내 집 마련부터 하는 것이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은 아주 분명하게 노후 대책이 없었어도 거의 Auto Pilot 수준으로 (1) 높은 이율을 받으며 저축하고 (2) 돈이 모이면 내 집을 마련해서 부동산 장기 투자가 되었고, (3)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서 노후 대책이 자동으로 되었다.

즉,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은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알뜰하게 소비하고 나머지는 저축하며 내 집 마련해서 자식들과 잘 살다보면 어느 정도의 노후 대책이 마련 되었다. 

Barefoot Investor: The only money guide that you'll need
Barefoot Investor: The Only Money Guide that You’ll Need

Barefoot Investor

이 정도 고민을 하다가 또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대의 개인은 매일 매일 하는 일이 많아지고 복잡해 져서, 이런 해결 방법이 막연한 고민은 비록 매우 중대할 지라도 개인의 마음을 오래 붙잡지 못한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다. 문제를 알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The Barefoot Investor라는 호주 (Australia) 저자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개인의 재정 관리 방법은 처음 제시했던 질문들에 거의 다 대답을 해 준다. 놀라웠다. 

책 내용은 다음의 두 가지의 인사이트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월 수입을 소비, 저축, 투자로 나눠서 현재를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행복한 미래 또한 준비해야 한다
  2. 복리가 계속 붙은 Compound Interest 효과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서 재정 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

사실 함정이 있으니 … 책이 주는 인사이트는 좋으나, 책에서 서술하는 실제 적용 방법들은 호주가 아닌 대한민국에는 바로 적용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구체화하기에는 내 자신이 자산 관리나 금융, 재무에 대해 너무 무지 하다.

그렇다. 또 잘 모르겠다. 

그럼 해 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Interviewee Thank You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인들의 재무 관리 패턴

그래서, 지인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급여 관리와 노후 대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보았다. 아직도 이 인터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지난 3주간 30대와 40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 보니, 공통적인 관리 패턴과 인식이 있었다.

  1. 수입에서 저축 및 투자하는 금액과 소비 금액 사이에는 고정된 비율을 유지
  2. 개인의 재무 상태에 재앙적인 사고에 대한 대비가 부족
  3. 투자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반면 수익에 대한 수수료 비율에 너그러움
  4. 주택은 안전한 투자 자산이자 결국 마련해야 할 자산으로 인식해서 재원을 마련해 구매할 계획임
  5. 복리로 재정이 증감하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실제 효과를 분석해서 노후 상황을 분석하지 않음

요컨데, Barefoot Investor가 제시하는 개인 자산 관리 방법에서 우리는 저축은 잘 하고 있지만, 투자를 잘 못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노후 대책이 정량적인 기준점이 없이 거론되어서 노후에 대한 재무적인 리스크를 과소 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애널리틱스 없이 모바일 앱을 운영하던 대기업들이 떠오른다. 

각각의 포인트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Barefoot Investor가 조언하는 원칙에 비춰 보았다.

1. 고정된 비율로 급여 관리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단 월급이 들어오면 바로 적금이나 정기 예금 등으로 자동 이체가 되게 해 두었었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소비를 한다. 결국 특정 고정 비율로 저축과 소비를 나눠서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자동 이체의 모습을 한 셀프 원천 징수가 없으면 급여를 홀라당 다 날려먹는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급여 관리를 한다면, 가끔 여행을 간다던지, 내가 원하는 비싼 전자기기, 패션 용품을 구매 하기에는 한달에 소비하는 금액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통장의 잔고를 일부 남기거나, 이런 비용을 사전에 모으기 위해서 또 다른 자동 이체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하나 인상적인 사실은 만일 임대를 해서 세입자로 사는 경우, 임대 계약이 끝날 때 이사를 하기 위해서 꽤나 큰 금액이 보통 필요한데, 이를 사전에 마련해 두는 사람이 없었다. 비단 이사 비용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 사전에 따로 모아두는 사람은 적었다.

대신, 통장에 좀 잔액을 깔아 두고, 매월 잔고가 특정 금액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만일 이사나 비정기적인 비용이 발생해서 잔고가 특정 금액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 그 다음 달부터는 통장 잔고를 회복하기 위해서 조금은 덜 쓰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는 통장 잔고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 카드 연체 금액 등의 다양한 형태였다.

Barefoot Investor 책에서는 이런 금액들을 Blow (그 달의 필수적인 소비), Splurge (그 달의 조금은 사치스런 소비), Smile (예: 모아서 여행가기 등)으로 특정 비율로 정확히 나눠서 관리하게 조언한다. 예를 들어 Blow 60%, Splurge 10%, Smile 10% 이런 식이다 (나머지 20%는 아래에 설명 예정). 이런 분리되고 일정량으로 할당된 금액은 (1) 다음 달의 수입을 생각하며 추가로 소비하는 것을 억제하여 빚을 내는 것을 피하게 하고, (2) 스스로 어느 정도의 소비 생활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감각을 키울 수 있게 한다.

또한, Barefoot에서는 Blow, Splurge, 그리고 Smile 외의 20%는 Fire Extinguisher라 부르고, 이를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것을 조언한다. 그 첫 번째는 빚을 없애는 것이다. 나중에 Compound Interest에 대해 설명하며 부연 하겠지만, 이자가 복리로 붙는 대출금은 개인 재무 관리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이다. 그래서 신용 카드를 잘라 내고, 대출금을 계속 갚아가도록 조언한다.

이런, Barefoot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개인이 월 수입을 가지고 소비를 할 때 추가적인 대출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현재의 방식은 큰 문제가 된다.

2. 재무적으로 재앙적인 사고에 대한 대비

개인의 재무 자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수입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수입원은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를 당하면서 갑자기 끊기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사고를 당하는 통계적인 확률이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보험 설계사를 통해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의 주체가 보험을 판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위험에 공감 하면서도 실제로 보험을 구매하는 것은 망설여 진다. 20-30대의 경우, 무엇보다 나를 아끼고 보호해 주는 가족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절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르다. 나의 건강에 대해서는 사고가 있어도 내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수입원이 끊기면 내가 부양하고 있는 가족이 고생한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냥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인 중에 한 명의 경우,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이를 안고 병실로 들어오는 아내를 보며 이런 위험을 실감 했다고 한다.

Barefoot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언급된다. 재앙적인 사고에대해 최소한의 방어막을 가져야 하고 이는 보험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 보험을 들 때, 최악의 경우 만을 피하기 위해 매월 내야 하는 비용은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고 절대로 추가 옵션을 선택하지 말라고 한다. 대신, 사고를 대비하는 일정 금액을 Fire Extinguisher로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저축이나 투자로도 막을 수 없는 사고를 최소한의 금액으로만 대비하는 것이다.

3. 원금 손실 vs. 수익에 대한 수수료

급여를 가지고 일정 부분 저축을 하는 사람의 경우, 저축한 금액이 천만원 단위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모아둔 현금을 가지고 어떻게 돈을 불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부동산 쪽에도 관심이 생기고, 주식이나 펀드 상품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생길 때, 사람의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한다. 사람은 추가로 더 얻는 것이 줄어드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는 데 더 기분을 상해한다. 이런 심리는 교통 벌점 제도에서 사용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TED에서 로리 서덜랜드가 얘기한 것처럼 이탈리아의 경우 교통 상점을 미리 주고, 교통 규칙을 위반할 때마다 점수를 뺏는다!

이런 심리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 상품을 구매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으로 임하게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고 하는 투자 상품에는 높은 수수료를 내고도 구매를 한다. 이런 경향은 남자보다 여자 — 즉 안전을 더 추구하고 문화적으로 경제 활동을 덜 하는 성별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가도 투자 상품을 덜컥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주로 주변의 성공 스토리, 누가 어떤 상품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 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이다. 저축한 돈이 불어 났으면 하는 바램과 더불어 큰 수익이 난다라는 (과거의) 확인된 사실을 가지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수익금이 아니라, 수익률이 얼마였는지, 이번 만이 아니라 과거에는 어떠한 히스토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당장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이 행동을 부추기게 된다. 

이렇게 투자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내가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상품을 고른 것이 아니고, 고수익이 났다는 입소문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서 막연한 단기 고수익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고수익을 기대하지만 스스로는 투자 대상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 상품에 붙은 금융사의 높은 수수료에 대해 관대해 진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단기 고수익을 실현해서 비슷한 상품을 다시 찾거나, 아니면 수익이 적거나 원금 손실이 나서 입소문을 낸 사람을 원망할 것 같다. 어떤 케이스든 간에, 이전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을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실패가 계속되면 스스로 공부를 더 하기도 하고 실제 주식 시장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가지고 리스크가 높은 투자 활동을 하는 사람은 냉정해지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Barefoot에서는 (그리고 많은 다른 책에서도) 원금 손실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투자가 (1) 단기 수익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이 목표가 되어야 하고, (2) 금융사가 투자처를 선택하는 상품이 아닌, 인덱스 펀드와 같이 자산을 골고루 분배하여 투자하는 상품이자, (3) 수수료가 극도로 낮은 상품이어야 한다고 한다.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것 또한 추천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럴 시간도 아깝고, 사람의 심리 때문에 결국 인덱스 펀드 만큼 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사실 투자에 관심이 크고, 스스로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미 수십년 단위의 장기 투자 + 전 지구적인 분산 투자 + 수수료를 극도로 낮추는 투자 공식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Barefoot Investor 저자가 사는 호주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꾸준하지만 낮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가지고는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서, 결국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에 대해서 더 호의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4. 주택 구매는 필수

내 평생 가족을 꾸리며 살아갈 집을 마련하는 것은 투자를 떠나서 한 개인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재무적인 목표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해 왔기 때문에, 투자 자산으로써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분들에게 얘기 들으면서 느낀 것은 부동산은 자동으로 장기 투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다른 자산과는 다르게 일부를 현금화하기가 대단히 번거롭기 때문에 (다른 집 알아보고, 내집 팔고, 이사하고, …) 자동으로 장기 투자가 된다. 그리고 보통 다시 현금화 하는 시점은 장성한 자식들에게 지원을 해 주어야 하거나, 노후에 현금이 더 필요해서 인 듯 하다. 그래서 맘만 먹으면 바로 처분해서 현금화할 수 있는 다른 자산과는 다르게 일단 내 재정을 쥐어 짜서 사 두기만 하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분산 투자가 안된다. 마치 여러 주식 종목 중에 한 곳을 선택해서 그 주식만 사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부동산이 투자 자산으로써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우리 동네만 집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만난 분들은 이런 사실들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경우, 거주의 목적이 투자의 목적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주택을 구매하는 계획은 당연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주와 동시에 투자의 목적 또한 이루기 위해서, 서울 근교이며 교통이 불편한 아파트에서 거주를 시작하고, 계속 돈을 모아가며 점점 서울 중심으로 메뚜기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딱 한명 만이 예외적으로, 부동산의 수익률보다 주식이 더 낫다고 믿는다며, 집을 사지 않고 매달 버는 돈으로 ETF 펀드나 해외 테크 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얘기를 나눠본 많은 분들이 부동산이 현재는 가격 거품이 많이 껴 있고, 결국에는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데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거품이 빠지는 시기는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서울 시내와 근교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1) 자율 주행차가 도입되는 것과 (2) 자녀가 없는 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학군의 중요도가 떨어지면서,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해 부동산의 수요가 지역적으로 분산될 것 같다. 이는 결국 서울 및 근교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Barefoot에서도 저축을 해서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마련한 뒤, 이를 가지고 거주를 위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했다. 다만, 투자 상품으로써 부동산은 그리 추천하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거주 외에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 추가로 대출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런 대출금을 갚아 갈 때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 개인 재정이 망가질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서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때, 이전의 금융 위기와 마찬가지로, 거품을 일으킨 당사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나누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늘 그래 왔던 것 처럼 … 

5. 복리 효과와 노후 대책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답을 얻었던 것은 노후 대책에 관한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후 대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어 있는 사람은 딱히 없었다. 이는 만나서 얘기를 나눈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나이가 어렸기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이 40대 미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 대책에 대한 큰 방향에 대해 여러 갈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몇 가지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정확한 자산 규모는 잘 모르지만 부모님 재산에 의지하기
  2. 지금 열심히 살면서 저축하고, 몸값 올려서 해결하기
  3. 집을 마련해서 (집 값이 오른 뒤) 노후에 집 뜯어 먹고 살기
  4. 나를 봉양할 자식을 잘 키우기

사실, 1번의 경우는 부모님이 적지 않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것 같아 논의에서 제외하자. 

Barefoot에서는 1번 외의 나머지의 경우는 사실 어느 정도 계산을 해 볼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대략적이라도 계산을 해 보는 것이 정말 많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해 준다 (라는 걸 스타트업하면서 많이 배웠다).

자, 간단한 계산을 해 보자.

  • 30살부터 30년간 월급을 받고, 60세에 은퇴한 이후 30년간 생활을 해서 90살까지 산다고 가정해 보자. 
  • 매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정기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매달 저축하는 만큼 그 돈 만큼 내가 퇴직 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대충 퉁 치자.
  • 국민연금이 추가로 있지만, 이는 노년에 필요한 의료 비용과 비슷하다고 가정해서 계산에서 빼자.
  • 추가로 재원이 필요한 부분은 (1) 배우자 지원, (2) 자녀 양육, (3) 주택 구매이다. 배우자는 맞벌이라 배우자가 따로 저축해서 해결되고, 자녀는 1인당 4억원의 양육 비용이 드는데 1명을 낳고, 주택은 전국 평균가의 아파트를 구매해서 5억원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위의 가정을 모두 다 하는 경우, 결국 계산해야 하는 것은 월급을 받으면서 저축 외에 투자하는 것으로 자녀와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9억원의 은퇴 자금을 30년간 마련해야 할 때, 매달 얼마씩 투자하고 투자 수익률이 필요한지를 계산하면 된다.

단, 이때의 투자 수익률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빼야 실효가 있는 수익률이 된다. 예를 들어 물가 상승률이 2%이고, 수익률이 5%라면, 실제 3%의 실효가 있는 수익률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매년 누적으로 투자해 가고, 그 투자의 수익이 다시 투자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연간 2%라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1. 매년 2,000만원 투자해서 연간 수익률 4.7% = 30년 뒤에 9억원 마련
  2. 매년 2,500만원 투자해서 연간 수익률 3.2% = 30년 뒤에 9억원 마련

정도가 된다. 하지만 만약 20년 뒤라고 하면, 위의 각각의 경우 (1) 매년 2,000만원 투자할 때는 연간 수익률 9.8%, (2) 매년 2,500만원 투자할 때는 연간 수익률 7.8%가 필요해 져서, 그 부담이 정말 커 진다.

결국 위의 계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결론은, 가장 노후에 도움이 되는 얘기는, (1) 복리 효과 (Compound Interest)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개인의 재정 관리를 시작해야 하고, (2)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기간을 두고 보면, 수익에 수익이 더 붙어서 눈덩이처럼 자산이 불어 나기도 하고, 빚의 이자에 이자가 더 붙어 빚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재무 관리 방법은?

다시 최초의 세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서 당장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재무 계획, 투자 활동, 그리고 재무 활동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결산을 해야 한다.

  1. 계획 – 매달 받는 급여로 재무적인 독립성을 가질 방법? 
  2. 투자 – 재무적인 독립을 하기 위해서 급여 외에 수입을 늘릴 방법?
  3. 결산 – 매월 재무 활동들의 장기적인 재무적인 독립에 수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

앞서 계산한 대략적인 숫자에 맞는 1, 2, 3번의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방법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짐작컨데, 현재의 30-40대가 누리는 소비 중심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이나 근교에 살 수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의식적인 소비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 ~ 3번에 해당하는 개개인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다.

가능하면 나이가 어릴 때 이런 노후 대책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이 부분이 너무 너무 어렵다고 생각든다. 왜냐하면, 너무 먼 미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장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면 행동 패턴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 재무 관리 앱은 런칭하면 안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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